컨설팅 회사들이 전망한 2027년 AI 시장

2027년 글로벌 인공지능(AI) 시장은 기술의 성능 경쟁을 넘어 기업의 생산성과 수익성을 좌우하는 새로운 성장 단계에 진입할 전망이다. 생성형 AI를 업무 보조도구로 활용하던 초기 시장에서 벗어나 AI가 기업의 핵심 업무 프로세스에 통합되고, 일부 업무를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이른바 '에이전틱 AI(Agentic AI)' 중심으로 산업구조가 재편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2027년은 기업들이 AI 기술의 도입 여부보다 AI를 활용해 얼마나 많은 비용을 절감하고, 새로운 매출을 창출하며, 기존 사업모델을 혁신할 수 있는지를 본격적으로 평가하는 시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AI 시장의 경쟁 기준도 모델의 성능과 정확도에서 실제 업무 완수율, 운영 안정성, 단위 업무당 비용, 투자수익률(ROI) 등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다만 AI 시장이 모든 산업에서 동일한 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데이터 활용 수준과 업무 표준화 정도, 규제 환경, 기업의 투자 여력에 따라 도입 속도와 성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AI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기업의 실질적인 수익 증가로 연결될 수 있는지가 향후 시장 성장의 가장 중요한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기관들, 2027년 AI 시장의 핵심은 경제적 가치 창출

글로벌 컨설팅 기관들은 2027년 AI 시장의 가장 중요한 변화는 AI 도입의 확산과 기업의 실질적인 경영성과 사이에 존재하는 격차를 해소하는 데 집중될 것이라는 점이다. AI 활용 기업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기업 전체의 손익구조를 변화시킬 정도로 성과를 거둔 기업은 여전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맥킨지가 2026년 8월 발표한 'The State of AI in 2026: On the Road to ROI'에 따르면 전 세계 97개국 1,71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80%는 AI가 개인의 생산성 향상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AI가 기업의 영업이익(EBIT)에 일정 부분 기여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37%였으며, 영업이익에 5% 이상의 영향을 미치는 등 상당한 가치를 창출한 고성과 기업은 약 6%에 그쳤다. 이는 AI가 직원 개개인의 업무 효율을 높이는 단계에서는 성과를 나타내고 있지만, 기업 전체의 재무성과로 연결하는 데는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의미다. 맥킨지는 AI의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기존 업무에 AI 도구를 추가하는 수준을 넘어 업무 프로세스와 조직 운영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분석도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BCG가 2026년 9월 발표한 'Applied AI Index 2026'에 따르면 조사 대상 기업의 AI 투자 규모는 평균적으로 매출액의 3.3%에 달했다. 이는 2025년 초 약 1%였던 수준과 비교해 크게 확대된 것이다. 특히 BCG는 AI 투자금액 자체보다 투자 방향과 조직의 실행 역량이 성과를 좌우한다고 분석했다. 전략적 방향이 명확하고 AI 활용 역량이 우수한 기업은 그렇지 못한 기업보다 약 5배 높은 AI 가치를 창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BCG는 또 전체 AI 투자금액의 약 80%가 중앙 IT 예산 밖에서 집행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AI 투자의 중심이 IT 부서에서 마케팅, 영업, 생산, 물류, 고객서비스 등 실제 사업을 수행하는 현업 조직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2027년 AI 시장이 단순한 IT 기술 구매시장을 넘어 기업의 경영혁신과 업무 재설계에 필요한 투자시장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딜로이트 역시 2026년 'State of AI in the Enterprise' 보고서에서 기업들의 AI 도입과 실질적인 사업 혁신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조사 대상 기업의 66%는 AI를 통해 생산성과 효율성 개선 효과를 얻었다고 응답했지만, 매출 증가 효과를 실현한 기업은 20%에 불과했다. 또한 기업의 34%만이 AI를 활용해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거나 핵심 업무 프로세스와 사업모델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상당수 기업은 여전히 기존 업무를 부분적으로 자동화하거나 개선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뜻이다. 딜로이트는 기업용 AI 시장이 앞으로 단순한 생산성 개선을 넘어 매출 창출과 사업모델 혁신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이를 위해서는 기술 도입뿐 아니라 조직 역량과 업무체계 전반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2027년은 AI 시장은 성장이 지속되는 동시에 기업들이 AI 투자의 경제성을 보다 엄격하게 검증하는 시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들은 수많은 AI 프로젝트를 동시에 추진하기보다 사업성과가 확인된 핵심 업무를 중심으로 투자를 집중하고, 성과가 미흡한 프로젝트는 축소하거나 중단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시장 구조, 인프라 중심 투자에서 기업용 에이전트와 산업별 솔루션으로 확산

2027년 글로벌 AI 시장은 크게 AI 인프라, AI 모델 및 플랫폼, 기업용 AI 애플리케이션, 산업 특화 AI 솔루션, AI 운영·보안·거버넌스 서비스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 가운데 AI 인프라는 대규모 자본투자가 집중되는 영역으로, 기업용 AI 에이전트와 산업 특화 솔루션은 실제 업무 적용을 통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영역으로 발전할 전망이다.

AI 인프라 시장에서는 GPU와 AI 가속기, 고대역폭메모리(HBM), 고성능 네트워크, 스토리지, 데이터센터 전력·냉각 설비 등에 대한 투자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AI 모델의 학습뿐 아니라 실제 서비스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추론 수요가 확대되면서 컴퓨팅 인프라의 효율성과 운영비용이 중요한 경쟁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기업들이 AI 에이전트를 활용해 복잡한 업무를 수행하기 시작하면 단순한 질문·답변보다 많은 연산과 데이터 접근, 외부 시스템 호출이 필요할 수 있다. 이에 따라 AI 인프라 시장의 경쟁은 단순한 연산성능 확대를 넘어 처리량, 응답속도, 에너지 효율, 추론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최적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에서도 변화가 예상된다. 기존에는 ERP, CRM, SCM 등 업무용 소프트웨어가 사용자의 명령에 따라 데이터를 처리하고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그러나 AI 에이전트가 확산되면 사용자가 목표를 제시하고 AI가 여러 시스템을 연결해 업무를 수행하는 방식이 확대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고객이 제품의 반품을 요청하면 AI 에이전트가 구매 이력을 확인하고, 반품 가능 여부를 판단하며, 물류 시스템과 결제 시스템을 연계해 처리 절차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다만 환불 승인이나 예외적인 거래처럼 위험이 높은 단계에는 사람의 승인과 통제가 필요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의 경쟁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AI 에이전트가 기존 소프트웨어의 기능을 일부 대체하거나 여러 소프트웨어를 통합하는 역할을 수행하면서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기존 제품에 AI 기능을 추가하는 수준을 넘어 새로운 서비스 제공방식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맥킨지의 2026년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32%는 AI 코딩 도구를 활용해 필요한 기능을 자체적으로 개발할 수 있다는 이유로 하나 이상의 소프트웨어 제품이나 기능을 구매하지 않기로 결정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이는 AI가 기존 소프트웨어의 수요를 확대하는 동시에 일부 기능의 외부 구매 수요를 줄일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AI 플랫폼 시장에서는 여러 모델과 업무 시스템을 연결하는 오케스트레이션, 데이터 검색 및 활용, 에이전트 실행환경, 성능 평가, 보안 및 접근권한 관리 등의 중요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액센츄어는 2026년 10월 엔비디아와 협력한 기업용 AI 플랫폼 역량을 확대하면서 기업들이 AI 실험 단계에서 실제 운영환경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직면하는 문제를 강조했다. 실험환경에서는 작동하던 AI가 실제 기업 시스템과 연결되면 안정성이 떨어지거나, 자율적으로 실행되는 에이전트에 대한 통제와 감사체계가 부족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2027년 AI 플랫폼 경쟁은 모델의 성능뿐 아니라 기업 시스템과의 통합 능력, 보안, 운영 안정성, 감사 가능성, 산업별 업무 지식 등을 중심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AI IT서비스 시장도 이러한 변화의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초기 AI 도입시장에서 중요했던 모델 개발과 개념검증(PoC) 서비스 외에 기존 시스템 통합, 업무 프로세스 재설계, 데이터 현대화, 에이전트 운영관리, 보안 및 성과평가 등의 수요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2027년 AI 시장에서는 기술 자체를 공급하는 기업뿐 아니라 AI를 기업의 실제 업무와 연결하고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업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에이전틱 AI 시장, 2030년 전체 AI 가치의 약 40% 차지 전망

2027년 AI 시장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기술 변화는 에이전틱 AI의 확산이다. 에이전틱 AI는 사용자의 질문에 답변하거나 콘텐츠를 생성하는 기존 생성형 AI에서 한 단계 발전해,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작업을 계획하고 여러 시스템과 도구를 활용해 업무를 수행하는 기술이다.

BCG는 2026년 Applied AI Index에서 전체 AI 가치 가운데 에이전틱 AI가 차지하는 비중이 2025년 조사에서는 17%, 2026년 조사에서는 22%로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또한 2030년에는 이 비중이 39%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AI 시장 매출액의 점유율이 아니라 AI가 창출하는 경제적 가치에서 에이전틱 AI가 차지하는 비중에 대한 전망이다. BCG 조사에서 기업의 42%는 2030년까지 AI 에이전트에 사람의 사전 승인 없이 일부 의사결정을 수행할 수 있는 자율성을 부여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러한 자율성을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한 관련 통제체계를 갖춘 기업은 5%에 불과했다. 이는 에이전틱 AI 시장이 성장할수록 에이전트의 실행 권한, 보안, 책임 소재, 업무 이력 관리 등을 담당하는 기술과 서비스의 중요성이 높아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맥킨지 조사에서도 대기업의 AI 에이전트 확산이 확인됐다. 연매출 10억 달러 이상 기업 가운데 하나 이상의 업무영역에서 AI 에이전트를 본격적으로 확대 적용하고 있다는 응답은 전년 27%에서 2026년 40%로 증가했다. 반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기업은 22% 수준에 머물렀다.

이러한 차이는 2027년 AI 시장에서 대기업이 에이전틱 AI 확산을 주도하는 가운데 중견·중소기업에는 도입 비용을 낮추고 운영을 간소화한 AI 서비스가 중요한 시장 기회로 등장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에이전틱 AI가 모든 업무를 완전히 자율적으로 처리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전환될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금융거래, 의료 의사결정, 공공행정, 생산설비 제어처럼 오류 발생 시 피해가 큰 업무에서는 사람의 감독과 승인, 실행 범위 제한 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2027년 기업용 AI 에이전트 시장은 완전 자율형 AI보다 사람의 감독 아래 정형화된 업무를 수행하고, 예외 상황에서는 사람에게 판단을 요청하는 통제형 에이전트를 중심으로 상용화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성장의 장애요인…높은 운영비용과 불확실한 투자수익률

2027년 AI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해결해야 할 장애요인은 적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AI 도입에 따른 경제적 성과가 투자 규모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맥킨지의 2026년 조사에서 응답자의 약 20%는 토큰 비용을 비롯한 AI 운영비용 때문에 AI 활용을 제한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업들이 AI를 실제 업무에 적용하는 범위를 확대할수록 추론 비용과 시스템 운영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AI 에이전트는 단순한 챗봇과 달리 여러 단계의 작업을 수행하면서 모델을 반복 호출하고 외부 시스템과 데이터를 주고받기 때문에 업무 특성에 따라 운영비용이 높아질 수 있다.

이에 따라 AI 프로젝트의 경제성은 단순한 모델 사용료가 아니라 데이터 구축과 시스템 통합, 보안, 운영 인력, 오류 수정, 모니터링 등을 포함한 총소유비용(TCO)을 기준으로 평가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가트너가 2026년 8월 발표한 'CIO Planning for 2027'에서도 이러한 문제가 확인됐다. 가트너 조사에 따르면 2027년 기업 IT 예산은 평균 3.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에이전틱 AI 투자 예산은 평균 31.8%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또한 CIO의 51%는 AI 도입이 기술의 전체 수명주기 동안 총소유비용을 증가시킬 것으로 예상했다. AI를 통한 비용절감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확신한 응답자는 36%에 그쳤다.

이는 기업들이 제한된 IT 예산 안에서 AI 투자 확대와 기존 시스템 유지·운영을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부담에 직면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두 번째 장애요인은 데이터 품질과 기존 시스템의 복잡성이다. 기업용 AI가 정확하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업무 데이터가 정리돼 있어야 하고, AI가 필요한 정보를 안전하게 검색하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상당수 기업은 ERP, CRM, 생산관리, 물류관리 등 다양한 시스템에 데이터가 분산돼 있다. 데이터의 형식과 품질이 서로 다르거나 접근권한이 복잡하게 설정돼 있는 경우 AI를 실제 업무에 적용하기 어렵다.

특히 AI 에이전트가 여러 시스템에 걸친 업무를 처리하려면 데이터 표준화와 API 연계, 업무 규칙의 정의, 접근권한 통제 등이 선행돼야 한다. 따라서 AI 도입 확대는 기존 IT 시스템의 현대화와 데이터 관리체계 개선 수요를 동반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 번째 장애요인은 AI 인력과 조직 역량의 부족이다. 딜로이트는 2026년 조사에서 AI를 기존 업무에 통합하는 데 가장 큰 장애요인으로 직원들의 AI 역량 부족을 지목했다. 조사 대상 기업의 53%는 전사적인 AI 활용 역량 교육을, 48%는 재교육 및 역량 전환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교육만으로 기업의 AI 전환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AI가 수행할 업무와 사람이 담당할 업무를 구분하고, 조직의 역할과 책임, 평가체계를 새롭게 설계해야 하기 때문이다.

BCG는 이러한 조직 변화의 중요성을 '10-20-70' 프레임워크로 설명하고 있다. AI 혁신에서 알고리즘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기술과 데이터는 20%, 나머지 70%는 사람과 조직, 업무 프로세스의 변화에 달려 있다는 접근법이다. 이는 실증적으로 측정된 보편적 비용 비율이라기보다 AI 전환에서 조직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BCG의 방법론이다.

네 번째 장애요인은 보안과 AI 거버넌스다. AI 에이전트가 기업의 업무 시스템에 접근하고 실제 작업을 수행하기 시작하면 기존 챗봇보다 훨씬 복잡한 보안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 기업 내부 정보의 유출, 잘못된 데이터 처리, 허가되지 않은 시스템 접근, 부정확한 의사결정, 외부 입력을 통한 AI의 행동 조작 등이 대표적인 위험이다. 특히 금융·의료·공공 분야에서는 AI가 어떤 근거로 판단했으며 어떤 데이터를 사용했고 누가 최종적으로 책임지는지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AI 에이전트의 활동을 기록하고 실행 권한을 통제하는 기술이 중요한 투자영역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다섯 번째 장애요인은 규제와 데이터 주권 문제다. 각국의 개인정보보호 규제와 AI 관련 법률, 산업별 보안 요구사항이 강화되면서 기업들은 AI 모델의 성능뿐 아니라 데이터가 어디에 저장되고 처리되는지, 외부 사업자가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지 등을 고려해야 한다. 이에 따라 국가와 기업이 데이터·인프라·운영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려는 소버린 AI(Sovereign AI) 수요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소버린 AI가 반드시 자국산 AI 모델만 사용한다는 의미는 아니며, 데이터와 인프라, 법적 관할권, 운영 통제권 등을 종합적으로 확보하는 접근법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산업별 AI 시장 전망

2027년 AI 시장은 산업별로 서로 다른 성장 경로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공통적인 변화는 범용 AI 도구의 활용에서 산업별 전문지식과 업무 데이터를 결합한 AI 솔루션으로 시장의 중심이 이동한다는 점이다.

제조업에서는 AI 기반 생산 최적화와 품질관리, 공급망 관리가 핵심 투자영역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제조기업들은 설비의 이상징후를 사전에 탐지하는 예지보전, 생산공정의 불량률을 낮추는 비전 AI, 생산계획과 재고관리를 최적화하는 AI 등을 확대 적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맥킨지의 2026년 조사에서도 자동차·항공우주·반도체 등 첨단 제조업에서는 AI 에이전트를 공급망과 재고관리, 제조공정 등에 적용하는 사례가 두드러졌다. 여기에 산업용 로봇과 자율주행 물류장비, 디지털트윈 등이 결합하면서 피지컬 AI(Physical AI)가 중장기 성장동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실제 생산설비에 AI를 적용하려면 안전성과 신뢰성, 기존 설비와의 호환성 등을 검증해야 하므로 소프트웨어 기반 AI보다 도입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

금융산업에서는 고객서비스 자동화와 위험관리, 규제 대응을 중심으로 AI 투자가 확대될 전망이다. 은행과 보험사는 AI를 활용해 고객 상담, 대출 관련 서류 처리, 보험금 청구 심사 지원, 이상거래 탐지, 내부 규정 검색 등을 고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에이전틱 AI가 금융기관의 여러 업무 시스템을 연결하면 고객의 요청을 접수한 뒤 관련 서류를 확인하고 처리 결과를 안내하는 일련의 절차를 자동화할 수 있다. 액센츄어는 2026년 10월 기업용 AI 플랫폼 발표에서 금융서비스의 고객 온보딩과 거래 모니터링, 보험금 청구 처리 등을 주요 에이전틱 AI 적용 분야로 제시했다. 다만 금융거래와 신용평가 등은 높은 수준의 규제 준수와 설명 가능성, 감사체계가 필요하기 때문에 사람의 승인과 감독을 결합한 형태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유통과 전자상거래 산업에서는 AI 기반 고객경험 혁신과 구매 프로세스 자동화가 핵심 트렌드로 부상할 전망이다. 기존에는 AI가 고객의 구매 이력을 분석해 상품을 추천하는 역할을 주로 수행했다면, 앞으로는 고객의 요구를 이해하고 상품을 비교하며 구매 절차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활용 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AI가 상품 탐색과 비교, 주문 지원 등을 수행하는 에이전틱 커머스(Agentic Commerce) 시장의 발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유통기업 입장에서는 기존 검색광고와 추천 알고리즘 중심의 마케팅 전략을 재검토해야 할 수 있다. 소비자가 직접 상품을 검색하는 비중이 줄고 AI 에이전트가 구매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비중이 높아지면 상품 데이터의 정확성과 접근성, 실시간 재고 및 가격정보 연계 능력이 중요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맥킨지는 소비재와 유통기업들이 AI 에이전트를 마케팅과 영업활동에 상대적으로 많이 활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물류산업에서는 수요예측과 재고 최적화, 운송계획, 창고 자동화 등을 중심으로 AI 도입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류기업들은 주문량과 운송 상황, 재고 현황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배송경로를 최적화하고 공급망의 이상징후에 대응하는 AI 시스템에 관심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AI 에이전트가 공급망 관리시스템과 물류관리시스템을 연결하면 납기 지연이나 재고 부족 등의 상황을 감지하고 대응 방안을 제안하거나 사전에 허용된 조치를 실행할 수 있다. 피지컬 AI와 결합한 자율이동로봇, 자동 피킹 시스템, 자율주행 지게차 등도 물류 자동화 시장의 주요 성장 분야로 평가된다. 다만 물류센터의 설비 투자비용과 운영환경, 안전성 등이 도입 속도를 결정하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의료와 제약산업에서는 진단 지원, 의료 문서 자동화, 신약 연구개발, 환자 관리 등이 주요 성장 분야로 예상된다. 의료기관에서는 진료기록 요약과 의료 문서 작성, 영상 판독 지원, 환자 상담 등 의료진의 업무 부담을 줄이는 AI 활용이 확대될 수 있다. 제약산업에서는 신약 후보물질 탐색과 임상시험 설계, 연구자료 분석 등 연구개발 과정에 AI를 활용하는 시도가 이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의료 AI는 환자의 생명과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정확성과 안전성, 개인정보보호, 임상적 유효성 검증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의료산업의 AI 시장은 기술 도입 속도뿐 아니라 임상 검증과 규제 승인, 의료기관의 실제 활용 가능성에 따라 성장 속도가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공공부문에서는 민원서비스와 행정업무 자동화, 정책자료 분석, 공공데이터 활용 등을 중심으로 AI 적용이 확대될 전망이다. 정부와 공공기관들은 AI를 활용해 반복적인 민원 처리와 문서 작성, 내부 지식 검색, 행정절차 안내 등을 개선할 수 있다. 향후에는 여러 행정기관의 시스템을 연결해 국민이 하나의 대화형 서비스에서 복수의 행정절차를 처리하도록 지원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공공 AI는 개인정보보호와 행정의 공정성, 결정의 설명 가능성, 책임 소재 등 민간기업보다 엄격한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특히 국가별 데이터 주권과 공공 클라우드 보안 요구사항에 따라 소버린 AI와 공공 전용 AI 인프라에 대한 수요가 확대될 수 있다.

IT서비스와 소프트웨어 산업에서는 AI 코딩 도구와 기업용 AI 에이전트의 확산이 기존 사업모델에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AI를 활용한 소프트웨어 개발과 테스트, 시스템 운영 자동화가 확대되면서 개발 생산성 개선과 프로젝트 수행방식의 변화가 예상된다. 동시에 기업들이 AI를 활용해 필요한 소프트웨어 기능을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사례가 늘어나면 일부 범용 소프트웨어의 구매 수요와 기존 개발서비스의 수익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따라 IT서비스 기업들은 단순한 시스템 구축과 인력 투입 중심 사업에서 벗어나 AI 기반 업무 혁신, 산업별 에이전트 구축, AI 운영관리 및 성과 개선 서비스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해야 할 필요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기술 공급자에서 산업별 가치 창출 사업자로 이동

2027년 AI 시장의 또 다른 특징은 기업 간 경쟁의 중심이 AI 모델 개발 능력에서 산업별 업무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혁신할 수 있는지로 확대된다는 점이다. AI 모델 개발기업들은 성능과 비용 효율성을 개선하고, 클라우드 사업자들은 AI 컴퓨팅과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며, IT서비스 기업들은 이러한 기술을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하는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산업별 데이터와 전문지식을 확보한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 범용 AI 모델만으로는 금융기관의 복잡한 규제와 심사업무, 제조기업의 생산공정, 의료기관의 임상업무 등을 충분히 처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AI 시장은 범용 모델과 플랫폼을 제공하는 글로벌 기술기업, 산업별 솔루션을 개발하는 전문기업, 고객의 업무 프로세스를 혁신하는 IT서비스 및 컨설팅 기업 등이 서로 경쟁하고 협력하는 구조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AI 사업의 수익모델도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에는 사용자 수와 라이선스, API 호출량 등을 기준으로 비용을 부과하는 방식이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처리한 업무량이나 실제 성과를 기준으로 비용을 산정하는 방식이 확대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고객상담 AI는 상담 건수나 해결률, 공급망 AI는 재고 감소나 납기 개선, 제조 AI는 불량률 감소와 설비 가동률 향상 등을 주요 성과지표로 활용할 수 있다.

다만 성과기반 과금이 모든 AI 서비스의 표준으로 자리 잡을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업무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외부 요인이 많고, AI의 기여도를 독립적으로 측정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AI 기술의 가치를 실제 경영성과와 연결하려는 움직임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BCG가 AI 투자성과를 손익계산서(P&L)와 직접 연결해 측정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러한 흐름과 맞닿아 있다.

2027년 AI 시장의 향방을 결정할 3대 변수

2027년 글로벌 AI 시장의 성장 방향은 크게 세 가지 변수에 의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첫 번째는 AI 인프라 투자 확대가 실제 서비스 수요와 수익으로 연결될 수 있는지다. AI 모델의 학습과 추론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더라도 데이터센터와 GPU 등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충분한 매출과 이익으로 이어지지 못하면 투자 속도가 조정될 수 있다.

두 번째는 에이전틱 AI가 실험 단계에서 벗어나 기업의 핵심 업무에 안정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지다. AI 에이전트가 실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정확성과 신뢰성, 시스템 연계, 보안, 운영비용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러한 조건을 충족한 분야부터 상용화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세 번째는 AI 도입에 따른 생산성 향상이 기업 전체의 재무성과로 연결될 수 있는지다. 직원 개인의 업무시간이 단축되더라도 이를 기업 차원의 비용절감이나 매출 증가로 전환하지 못하면 AI 투자의 지속 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다.

따라서 기업들은 AI 도입 성과를 단순한 이용자 수나 사용량보다 실제 업무 처리시간, 오류율, 고객 만족도, 비용절감액, 신규 매출, 영업이익 기여도 등으로 평가해야 할 필요가 있다.

세 가지 성장축

글로벌 컨설팅 기관들의 분석을 종합하면 2027년 AI 시장은 세 가지 성장축을 중심으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첫 번째 성장축은 기업용 AI 에이전트다. 기업의 업무 프로세스를 자동화하고 여러 시스템을 연결해 실질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AI가 확산되면서 기업용 소프트웨어와 IT서비스 시장의 변화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두 번째 성장축은 AI 인프라다. AI 모델의 학습과 추론, 에이전트 운영에 필요한 컴퓨팅 자원과 데이터센터, 반도체, 네트워크, 전력·냉각 설비 등에 대한 투자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 성장축은 피지컬 AI다. AI가 디지털 공간을 넘어 로봇과 생산설비, 자율주행 장비 등 물리적 시스템에 적용되면서 제조와 물류, 자동차 등 산업현장의 혁신을 촉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세 가지 성장축을 관통하는 핵심 경쟁 기준은 투자수익률(ROI)이다. 기업용 AI 에이전트는 얼마나 많은 업무를 정확하고 경제적으로 처리하는지, AI 인프라는 얼마나 효율적인 비용으로 컴퓨팅 자원을 제공하는지, 피지컬 AI는 생산성과 안전성 개선을 통해 얼마나 많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지가 시장 경쟁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결국 2027년 글로벌 AI 시장은 AI 기술을 얼마나 많이 보유하고 도입했는지를 경쟁하던 시장에서, AI를 통해 얼마나 많은 실질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를 경쟁하는 시장으로 전환될 전망이다. 기업들의 AI 투자도 기술 도입 자체보다 핵심 업무 혁신과 재무성과 개선을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변화는 AI 모델과 인프라를 공급하는 기술기업뿐 아니라 산업별 AI 솔루션 기업, IT서비스 기업, 컨설팅 기업 모두에 새로운 사업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차별화된 산업 전문성과 데이터 활용 역량, 실제 성과를 입증할 능력이 부족한 기업은 경쟁 압력에 직면할 수 있다. 2027년 AI 시장의 승부처는 기술 성능 경쟁만이 아니다. AI를 기업의 핵심 업무에 통합하고, 운영비용과 위험을 통제하면서, 생산성 향상을 지속 가능한 매출과 이익으로 전환하는 능력이 기업 간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 요인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