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조 AI 모델·플랫폼 시장…'모델 경쟁'에서 '플랫폼 경쟁'으로 이동
올해 전 세계 A) 모델 및 플랫폼 시장이 생성형 AI 확산과 기업의 디지털 전환 수요에 힘입어 사상 최대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단순히 AI 모델을 개발하는 시대를 넘어, 다양한 모델을 통합·운영하고 비용과 성능을 관리하는 AI 플랫폼이 새로운 시장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조사기관 Gartner는 7월 발표한 전망에서 2026년 전 세계 AI 모델 및 플랫폼에 대한 최종 사용자 지출이 642억5,200만 달러(약 95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해 393억1,100만 달러(58조 원)보다 63.4% 증가한 규모로, AI 소프트웨어 시장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는 분야 중 하나이다.
특히 생성형 AI 모델 시장의 성장세는 폭발적이다. 범용으로 활용되는 파운데이션 생성형 AI 모델에 대한 지출은 지난해 114억3,800만 달러(2. 1조원)에서 올해 233억5,600만 달러(34.3조 원)로 104.2%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ChatGPT, Claude, Gemini, Llama, HyperCLOVA X, EXAONE 등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한 기업용 AI 서비스 도입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범용 모델을 그대로 활용하는 수준을 넘어 자사 데이터를 결합한 RAG(Retrieval-Augmented Generation), AI 에이전트, 업무 자동화 플랫폼 구축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는 분야는 특정 산업과 업무에 최적화된 도메인 특화 언어모델(DSLM, Domain-Specific Language Model) 시장이다. 해당 시장 규모는 지난해 15억8,300만 달러에서 올해 49억1,000만 달러로 210%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 의료, 제조, 국방, 법률, 공공행정 등 높은 정확성과 보안이 요구되는 산업에서는 범용 LLM보다 전문 데이터를 학습한 특화 AI 모델의 활용도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국가별 주권 AI(Sovereign AI) 구축과 기업 전용 sLLM(Small Language Model) 개발 수요가 증가하면서 DSLM 시장은 향후 수년간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AI 분야로 평가받고 있다.
AI 플랫폼 시장 역시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데이터 과학 및 머신러닝(Data Science & Machine Learning) 플랫폼 시장은 지난해 194억 달러에서 올해 264억 달러로 36.3% 성장하고, AI 애플리케이션 개발 플랫폼 역시 68억8,500만 달러에서 95억4,100만 달러로 38.6%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러한 플랫폼은 모델 개발뿐 아니라 데이터 관리, 학습, 배포, 운영(MLOps), 보안, 모니터링까지 AI의 전체 생애주기를 지원하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
시장 구조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어느 AI 모델의 성능이 가장 뛰어난지가 경쟁력의 핵심이었다면, 최근에는 다양한 AI 모델을 효율적으로 선택하고 관리하는 플랫폼 역량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OpenAI, Anthropic, Google, Meta, Mistral, xAI 등 새로운 모델이 빠르게 등장하면서 기업들은 특정 모델에 종속되기보다 여러 모델을 동시에 활용하는 멀티모델(Multi-Model) 전략을 채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에 따라 모델 선택, 성능 비교, 비용 최적화, 보안, 거버넌스 기능을 통합 제공하는 AI 플랫폼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기업들의 AI 투자 방식도 양적 확대에서 투자 효율성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 초기에는 AI 도입 자체가 경쟁력이었지만 최근에는 투자 대비 성과(ROI)를 얼마나 입증할 수 있는지가 핵심 평가 기준이 되고 있다. 실제 기업들은 AI 예산 심사를 강화하면서 단순한 모델 성능보다 업무 생산성 향상, 비용 절감, 의사결정 개선 등 측정 가능한 성과를 요구하고 있으며, 공급업체 역시 실제 사용량과 지속적인 활용도를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다. 사용량 기반(Usage-based) 과금 모델이 확산되면서 AI 운영 비용을 예측하고 관리하는 역량도 중요한 경쟁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Gartner는 "평가 기능, 비용 투명성, 사용량 추적을 고객의 업무 흐름에 자연스럽게 통합하는 공급업체가 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기업들은 적합한 AI 모델을 선택하는 것보다 다양한 모델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비용과 성능을 지속적으로 최적화할 수 있는 플랫폼을 더욱 중요하게 평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전망은 AI 시장이 단순한 생성형 AI 경쟁을 넘어 플랫폼 중심의 생태계 경쟁으로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Gartner는 별도의 전망에서 2026년 전 세계 전체 AI 시장 규모가 2조5,956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으며, AI 인프라가 전체 AI 투자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AI 모델 시장은 2026년에만 110% 성장하며 기업들의 AI 에이전트와 업무 자동화 수요 확대가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에서는 향후 AI 시장의 승자가 가장 뛰어난 모델을 보유한 기업이 아니라, 다양한 모델을 연결하고 기업의 데이터와 업무 프로세스를 통합하며 비용·보안·성능을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플랫폼 사업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Microsoft, Google Cloud, Amazon Web Services(AWS), Salesforce, ServiceNow 등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은 물론, 기업용 AI 플랫폼과 AI 에이전트 기술을 보유한 전문 기업 간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AI 산업의 경쟁 축이 '모델(Model)'에서 '플랫폼(Platform)'으로 이동하면서 향후 글로벌 AI 시장의 주도권 역시 플랫폼 생태계를 선점한 기업들이 가져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