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의 땅' 베트남 ICT 시장...2031년에 24조원 시장

글로벌 제조 기지로 명성을 떨치던 베트남이 이제 동남아시아의 차세대 인어(AI·클라우드·데이터센터) 허브로 급부상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의 강력한 드라이브와 글로벌 빅테크의 투자가 맞물리면서, 베트남 ICT 시장은 단순한 아웃소싱 기지를 넘어 고도화된 디지털 경제 체제로 빠르게 체질을 개선하는 모양새다.

1. 디지털 경제, 국가 성장동력으로 전면 부상… ‘ASEAN AI 선도국’ 조준

베트남 정부는 현재 국가 경제의 중심축을 디지털 기반으로 옮기는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가 설정한 목표에 따르면, 오는 2025년까지 국내총생산(GDP)에서 디지털 경제가 차지하는 비중을 20.5%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실제로 2024년 기준 디지털 경제 비중은 약 18%에 육박했으며, 시장 규모는 약 520억 달러(한화 약 68조 원) 수준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변화의 핵심에는 지난 2021년 발표된 「National AI Strategy 2030」이 있다. 베트남은 2030년까지 ASEAN 지역의 ‘AI 혁신 허브’로 도약한다는 구상 아래 ▲ASEAN AI 선도국 진입 ▲AI 연구개발 및 기업 육성 ▲전문 인재 확보 ▲산업 전반의 AI 활용 확대를 골자로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Mordor Intelligence에 따르면 베트남 ICT 시장 규모는 2026년 약 100.1억 달러(15.2조원)에서 2031년 약 159.8억 달러(24.3조원)로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연평균 성장률(CAGR)만 19.8%에 달하는 수치다. 이러한 폭발적 성장은 디지털 정부 구축, 스마트시티 조성, 제조업 디지털 전환(DX), 클라우드 및 AI 도입 수요가 견인하고 있다.

2. 베트남 ICT 시장의 4대 핵심 키워드

글로벌 기업들이 바라보는 베트남 ICT 시장의 고유한 특징은 크게 네 가지로 요약된다.

  • 정부 주도형 시장 체제: 민간 중심의 한국 시장과 달리 베트남은 정부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AI, 디지털 정부, 데이터센터, 반도체, 스마트시티 등 주요 인프라 투자를 정부가 직접 주도한다. ‘정부 프로젝트 선점 ➔ 공공 확산 ➔ 민간 전파’가 전형적인 비즈니스 모델이다.
  • 제조업 DX(자율제조·AX) 수요 폭증: 삼성전자, LG전자, 폭스콘, 인텔 등 글로벌 제조 공룡들의 생산 기지가 밀집해 있어, 최근 단순 조립을 넘어 스마트팩토리, AI 품질검사, 예지보전, 디지털 트윈 등 고도화된 AX(AI 전환) 수요가 쏟아지고 있다.
  • 데이터센터 투자 급물살: 데이터 주권 확보와 AI 클라우드 수요가 맞물리면서 베트남 데이터센터 시장은 2030년 12억 6,000만 달러 규모를 넘어설 전망이다. 최근에는 고성능 GPU 인프라 도입 경쟁도 치열하다.
  • 풍부한 개발자, 그러나 ‘고급 인재’ 가뭄: 전체적인 개발자 수급이 원활하고 인건비 경쟁력은 뛰어나지만, 정작 AI 아키텍트, LLM(거대언어모델) 연구자,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등 핵심 고급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역설적으로 역량 있는 글로벌 AI 전문 기업에 큰 기회 시장이 열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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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AI·ICT 시장 주요 이슈]
① AI 데이터센터 유치 경쟁 : Viettel, FPT, VNPT 등 국영·대형 통신사 중심 대규모 투자
② 반도체 밸류체인 확장 : 후공정 위주에서 설계·패키징·테스트 확충 (삼성전자 15억 달러 테스트 공장 추진)
③ 글로벌 빅테크 R&D 거점화 : 퀄컴(Qualcomm) 현지 AI R&D 센터 설립 등 기술 기지화

3. ‘5대 페인포인트’

그러나 장밋빛 전망만 보고 뛰어들었다가 고배를 마시는 한국 ICT 기업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실패의 본질이 ‘현지 시장에 대한 오해’에 있다고 지적한다.

첫째는 ‘한국 성공 모델의 맹목적 복제’다. 구매력과 의사결정 구조, 현지 산업 성숙도가 한국과 완전히 다름에도 "한국에서 통했으니 베트남에서도 통할 것"이라는 안일한 접근이 실패를 부른다.

둘째는 정부 및 공공 네트워크(G2G, G2B) 부족이다. 정보통신부(MIC)나 지방정부, 국영기업과의 탄탄한 네트워크가 없으면 대형 프로젝트 수주 기회조차 얻기 힘들다. 여기에 부적절한 현지 파트너 선정 리스크와 기술력보다 철저하게 ROI(투자자본수익률)를 따지는 짜디찬 가격 경쟁 압박도 큰 걸림돌이다. 최근 급격히 강화되고 있는 데이터 주권 및 개인정보 규제(데이터 저장 위치, 보안 인증 등) 역시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4.  국내 ICT 기업의 유망 진출 분야 및 '일본식' 상생 전략

국내 대형 IT 서비스 기업을 비롯한 한국 ICT 기업들이 공략할 만한 유망 영토는 명확하다. 시장 성장성과 진입 장벽을 고려할 때 제조 AX(스마트팩토리, 품질검사 등)와 AI 데이터센터 구축, 클라우드 MSP 분야가 가장 매력적인 시장으로 꼽힌다.

현지 전문가들은 한국 기업들이 베트남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단기 수익을 노리는 미국식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판매 방식보다, ‘일본식 산업밀착형 동반 진출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먼저 1단계로 베트남에 진출한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 등 국적 대기업 및 1차 협력사 법인의 시스템을 고도화하며 안정적인 레퍼런스를 확보해야 한다. 2단계로는 현지 제조업의 가려운 곳을 긁어줄 수 있는 설비예지보전, AI 품질검사 등 실질적인 '제조 AX' 성공 사례를 축적하는 것이 유리하다.

이후 3단계에서 FPT, Viettel, CMC 등 정부 네트워크를 꽉 쥐고 있는 현지 대형 ICT 국영·민간 기업과 합작법인(JV)을 설립하거나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현지 공공·민간 시장으로 뻗어 나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베트남 고객사들이 가장 선호하는 ‘AI+클라우드+데이터+보안’ 융복합 패키지 솔루션을 제안하는 구조다. 이는 엔드투엔드(End-to-End) 통합 역량을 가진 삼성SDS 같은 대형 IT 서비스 기업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영역이기도 하다.

베트남은 더 이상 값싼 인건비를 노리고 들어가는 1차원적 제조 공장이 아니다. 거대한 디지털 전환의 소용돌이 속에서 '동남아의 AI·데이터 허브'로 진화 중인 베트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현지 맞춤형 자율제조(AX) 솔루션과 강력한 현지 파트너십을 결합한 정교한 리로케이션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