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서비스 시장…XaaS 급성장, 전통 서비스는 성장 정체
글로벌 IT서비스 시장의 성장 공식이 바뀌고 있다. 인공지능) 투자 확대에 힘입어 클라우드와 서비스형 인프라를 중심으로 한 XaaS(Everything-as-a-Service) 시장은 기록적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전통적인 Managed Services 시장은 한 자릿수 초반의 성장에 머물고 있다. 특히 AI 코딩과 AI Agent가 소프트웨어 개발·운영의 생산성을 높이면서 오랫동안 IT서비스 산업을 지탱해온 ‘인력 투입량×단가’ 중심의 사업모델에도 변화가 시작됐다.
시장조사업체 ISG가 집계한 2026년 상반기 글로벌 Technology Services 시장의 연간계약가치(ACV)는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했다. 성장의 대부분은 XaaS가 이끌었다. XaaS의 상반기 ACV는 592억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53% 증가했다. 이 가운데 IaaS는 484억 달러로 66% 증가했고 SaaS는 108억 달러로 14% 늘었다.
반면 Managed Services 시장은 같은 기간 221억 달러로 2.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세부적으로 보면 IT Outsourcing(ITO)은 155억 달러로 5.6% 감소했고 Engineering R&D 역시 2.8% 줄었다. BPO가 48억 달러로 47% 증가하면서 전체 Managed Services 시장의 플러스 성장을 유지했다.
특히 2분기만 놓고 보면 성장 격차는 더욱 두드러진다. XaaS ACV는 315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5% 증가하며 ISG Index 역사상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IaaS가 78% 증가한 258억 달러에 달했다. 반면 Managed Services는 109억 달러로 2.7% 증가하는 데 머물렀고 ITO는 3% 감소했다.
다만 ISG 수치를 일반적인 IT서비스 시장 매출액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ISG Index는 연간계약가치가 500만 달러 이상인 상업적 아웃소싱 계약을 대상으로 Managed Services와 XaaS 계약 동향을 추적하는 지표다. 따라서 전체 IT서비스 시장규모라기보다는 대형 기업 IT서비스 계약시장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선행지표에 가깝다.
* AI 인프라가 IT시장 성장의 중심으로
XaaS 시장이 급성장하는 가장 큰 원인은 기업들의 AI 인프라 투자 확대다. 기업이 생성형 AI와 AI Agent를 실제 업무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컴퓨팅 자원과 클라우드 인프라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AI 투자의 첫 번째 수혜가 전통적인 IT서비스보다는 데이터센터와 IaaS, 클라우드 플랫폼에 집중되고 있다.
Gartner가 발표한 전망에 따르면 2026년 세계 IT 지출은 6조3,690억 달러로 전년 대비 14.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데이터센터 시스템은 8,220억 달러로 무려 62.5% 증가하고 IaaS도 2,870억 달러로 29.3% 성장할 전망이다. 소프트웨어 역시 1조4,680억 달러로 15.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Gartner가 7월 개편된 분류체계에서 제시한 Services 부문의 2026년 예상 지출은 1조5,700억 달러로 성장률은 5.3%에 그쳤다. 즉 전체 IT시장은 두 자릿수 성장을 지속하고 있지만 AI 인프라와 클라우드, 소프트웨어에 성장의 상당 부분이 집중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현재 글로벌 IT시장은 단순히 ‘IT투자가 늘어난다’고 설명하기 어렵다. AI가 IT투자 전체를 확대하는 동시에 투자 자금이 흘러가는 방향을 인력집약형 서비스에서 컴퓨팅·클라우드·소프트웨어·AI 플랫폼으로 이동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 Managed Services 저성장…그러나 시장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전통적인 Managed Services의 낮은 성장률을 IT서비스 시장의 구조적 쇠퇴로 단정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ISG에 따르면 2026년 2분기 Managed Services 계약 가운데 약 75%가 ‘New Scope’ 계약이었다. New Scope ACV는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한 82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더욱이 ISG는 10월 2일 공개한 3분기 시장 프리뷰에서 New Scope 활동 비중이 10여 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에 올라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를 모두 새로운 IT서비스 수요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기업들이 기존 공급업체 수를 줄이고 계약범위를 재조정하는 동시에 AI·클라우드·자동화를 새로운 계약에 포함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ISG 역시 최근 New Scope 증가의 상당 부분이 완전히 새로운 아웃소싱 수요라기보다는 공급업체 간 업무 이전과 Operating Model 변화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Managed Services 시장은 ‘축소’라기보다는 재편(Reconfiguration)에 가까운 상황이다. 기존의 대규모 ITO·ADM 계약을 그대로 연장하기보다 공급업체를 통합하고 AI 생산성을 계약조건에 반영하는 한편, 클라우드와 자동화·AI를 포함한 새로운 서비스 모델로 계약범위를 다시 설계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 AI Coding 확산…ADM 사업모델에 직접적인 압력
이 과정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분야 중 하나가 Application Development & Maintenance, 즉 ADM이다. ISG는 2분기 ITO ACV가 전년 동기 대비 3% 감소한 77억 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특히 ADM 서비스는 AI 기반 업무가 기존 노동집약형 계약모델의 ACV를 잠식하면서 압박받고 있다고 명시했다.
AI Coding Assistant와 Software Engineering Agent가 코딩뿐 아니라 테스트, 문서화, 코드 분석, 유지보수 등으로 적용범위를 넓히면서 동일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개발인력과 작업시간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기존 IT서비스 업체에는 상당한 딜레마다. 그동안 SI·ADM 사업은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개발자와 엔지니어 수, 투입기간, 인건비 등을 기반으로 프로젝트 가격을 산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AI를 이용해 동일한 결과물을 더 적은 인력과 시간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면 고객은 그 생산성 향상을 계약가격에 반영할 것을 요구하게 된다.
실제로 ISG는 10월 2일 3분기 시장 프리뷰에서 가격 압력이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IT서비스 사업자들이 노동비용 감소 압력을 자체 Agent 기술과 새로운 서비스 모델로 상쇄할 수 있을지가 주요 관전 포인트라고 지적했다. 또 하나의 문제는 고객의 기대와 실제 성과 사이의 격차다. 기업들은 IT서비스 업체가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였다고 주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비용절감과 프로젝트 기간 단축, 서비스 품질 개선 등의 형태로 이를 입증하기를 요구하고 있다. ISG 역시 기업들이 공급업체로부터 입증 가능한 AI 생산성 향상을 원하고 있지만 사업자들이 아직 이러한 약속을 충분히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주요 시장 이슈로 제시했다.
- IT서비스 가격체계도 ‘Man-Month’에서 AI 자율성 중심으로
AI는 서비스 제공방식뿐 아니라 IT서비스의 가격체계까지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ISG는 지난 9월 AI 시대에 대응한 새로운 ProBenchmark를 발표하면서 ‘Autonomy-Level Pricing(ALP)’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이는 AI가 서비스 수행과정에서 어느 정도 자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지, 사람의 감독이 얼마나 필요한지, SLA 책임과 실행 복잡성, 거버넌스 수준 등이 어느 정도인지를 계약가격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더 주목할 부분은 AI를 활용한 생산성 개선이 실제 서비스 가격에도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ISG는 AI 혁신에 따른 효율성을 공급업체들이 계약에 반영하면서 많은 서비스의 연간 할인율이 기존 한 자릿수에서 두 자릿수 비율로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앞으로 IT서비스 계약에서 ‘개발자 한 명을 얼마에 공급할 것인가’보다 ‘AI와 사람이 결합해 어떤 성과를 어느 정도의 비용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해진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FTE나 Man-Month 중심의 전통적인 가격체계 역시 Transaction, Consumption, Outcome 등 성과·사용량 중심 가격체계와 AI 자율성을 반영한 새로운 모델로 점차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 2027년 IT서비스 시장, ‘AI 생산성의 수익화’가 핵심 경쟁력
ISG는 2026년 연간 XaaS 성장률 전망을 기존 전망보다 5%포인트 높인 30%로 상향한 반면 Managed Services 성장 전망은 2.1%로 유지하고 있다. 이는 향후 IT서비스 산업이 단순한 시장 확대보다는 Value Pool의 이동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통적인 SI는 AI Transformation으로, ADM은 AI Engineering으로, ITO와 시스템 운영은 AIOps와 Autonomous Operations로 이동하고 있다. 인프라 구축 역시 AI Cloud와 IaaS 중심으로 바뀌고 있으며 기존 패키지 구축사업도 AI-native Application과 Agent 구축사업으로 확장되고 있다.
특히 기업들이 AI 인프라 투자를 마친 이후에는 이를 실제 업무에 연결하기 위한 새로운 서비스 수요가 뒤따를 가능성이 크다.
Legacy Modernization → Cloud Migration → Data Modernization → AI Platform → AI Agent → AI Application → AI Managed Services 로 이어지는 새로운 IT서비스 가치사슬이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AI가 IT서비스 시장을 없앤다고 보는 것은 지나친 해석이다. 오히려 AI는 전통적인 노동집약형 서비스의 경제성을 약화시키는 동시에 AI Transformation과 Data Modernization, Cloud Migration, Agent 구축, AI Managed Services 등 새로운 서비스 시장을 만들어내고 있다.
향후 IT서비스 기업의 경쟁력을 평가하는 기준도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얼마나 많은 개발인력을 보유하고 있는가보다 AI를 이용해 동일한 인력으로 얼마나 더 큰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그 생산성 향상을 새로운 매출과 수익으로 전환할 수 있는가가 중요해진다.
국내 IT서비스 기업에도 같은 변화가 예상된다. 삼성SDS, LG CNS, SK AX 등 대형 IT서비스 사업자들은 기존 SI·SM 사업을 방어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Cloud·Data·AI Platform·Agent·Consulting을 결합해 기업의 전체 AI 전환을 책임지는 사업자로 이동해야 한다.
결국 2027년 IT서비스 시장의 승부처는 AI 도입 자체가 아니다. AI가 줄여주는 노동비용을 고객에게 단순 가격할인으로 돌려줄 것인지, 아니면 이를 AI Transformation과 새로운 서비스 매출로 전환할 것인지가 IT서비스 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