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공공부문 AI 시장, 10년간 11배 성장...2조8천억원
국내 공공부문의 인공지능(AI) 도입은 단순한 기술적 실험 단계를 넘어, 국가 운영 체계와 행정 서비스를 혁신하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최근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에서 발표한 「2025년 공공부문 AI 도입현황 연구」는 지난 10년간(2015~2024년) 추진된 공공 AI 사업의 흐름을 조달청 계약 데이터, 제안요청서(RFP), 과업지시서 등 객관적 지표를 바탕으로 체계적으로 분석하였다.
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공공부문 AI 도입 계약은 총 6,975건에 달하며 전체 조사 대상 기관(412개)의 65%인 268개 기관이 AI를 도입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2016년 '알파고 쇼크' 이후 본격화된 공공 AI 도입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다. 계약 건수는 2015년 221건에서 2024년 1,215건으로 약 5.5배 증가하였으며, 같은기간 계약 금액은 2,443억 원에서 2조 8,207억 원으로 폭증하였다. 이에 따라 공공 ICT 용역 중 AI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2020년 3.33%에서 2025년에는 전체 ICT 용역의 약 10% 수준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2024년에는 11.8%를 기록했다.
공공 AI 도입의 목적과 기술적 패러다임 역시 시대에 따라 진화하고 있다. 초기 AI 도입이 내부 행정의 업무 자동화와 효율화(55.1%)에 집중되었다면, 최근에는 챗봇, 추천 시스템, 민원 대응 등 대민 서비스(44.9%) 영역으로 빠르게 고도화되는 추세이다. 기술 유형별로는 초기 언어지능과 전문가 시스템이 주를 이루었으나, 챗GPT 등장 이후에는 LLM, RAG,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AI 에이전트 등 생성형 AI 관련 키워드가 급증하였다. 실제로 공공부문의 생성형 AI 사업은 2023년 24건에서 2024년 42건으로 증가하며 향후 본격적인 확산을 예고하고 있다.
기관의 성격과 예산 규모에 따라 AI 도입의 패턴도 다르게 나타났다. 중앙정부와 준정부기관은 주로 대규모 플랫폼 구축과 데이터 기반의 행정혁신 등 거시적 투자에 집중한 반면, 지방자치단체는 교통, 안전, 민원 등 주민 생활 밀착형 서비스 중심의 소규모 사업을 활발히 추진하였다. 특히 지자체 중에서는 경기도가 가장 선도적이고 적극적으로 AI를 도입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아울러 공공 AI 계약의 87.6%를 중소기업이 수주했다는 점은 공공 시장이 국내 AI 및 소프트웨어 기업 생태계를 지탱하고 확장하는 마중물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현재 공공 AI 시장은 중요한 역사적 전환점에 직만해 있다. 지난 10년이 딥러닝 기반의 데이터 분류와 단순 업무 자동화 중심의 '1차 AI 도입 사이클'이었다면, 생성형 AI의 등장 이후에는 의사결정 지원, 지식 검색, 문서 생성, 업무 자동화 에이전트 등으로 영역을 넓히는 '2차 AI 도입 사이클'이 시작되었다. 이는 향후 공공부문 AI가 단일 시스템 구축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행정 전반을 관장하는 'AI 운영체계(AI Operating System)' 중심으로 진화할 것임을 시사한다.
다만, 이러한 도약을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존재한다. 클라우드 기반의 AI SaaS 도입은 매년 증가하고 있으나, 공공기관 자체의 클라우드 전환 속도가 더디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I 최적화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플랫폼 경쟁에 사활을 걸고 있는 만큼, 향후 공공 AI의 경쟁력은 단일 소프트웨어의 기능을 넘어 GPU, 클라우드, 데이터, 플랫폼을 아우르는 종합 인프라 역량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따라서 정부 차원의 과감한 예산 확보와 기술적 지원 확대가 시급한 시점이다.
이번 연구를 통해 국내 공공부문의 AI가 과거의 '경험과 실험' 단계를 지나 본격적인 '운영 및 혁신' 단계로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앞으로 펼쳐질 공공 AX 시대에는 생성형 AI와 클라우드, AI 에이전트가 국가 운영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국민 체감형 서비스를 완성하는 핵심 동력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