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상반기 국내 AI 프로젝트 분석...개념증명 단계 넘어 업무 수행형 AI로 전환 중
- 개요
KRG가 올 상반기 AI 관련 프로젝트 가운데, 언론에 공표된 82개 프로젝트를 분석했다. 올 상반기 국내 AI 프로젝트 시장은 생성형 AI를 시험적으로 적용하던 단계를 넘어 실제 업무시스템에 AI를 내재화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전환됐다. 공공부문에서는 법률·고용·재난안전·전기안전·국방 등 전문 업무영역을 대상으로 대형언어모델(LLM), 검색증강생성(RAG), AI 에이전트를 결합한 사업이 본격화됐고, 민간에서는 금융·제조·건설·게임·유통을 중심으로 전사 업무자동화와 AI 인프라 구축이 확대됐다. 특히 단순 질의응답형 챗봇보다 기관이나 기업의 내부 시스템과 데이터를 연결해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업무 수행형 AI’가 주요 프로젝트의 공통 키워드로 부상했다.
2. 공공 발주 AI 프로젝트
공공시장에서 가장 규모가 큰 대표적인 생성형 AI 사업은 법제처의 ‘생성형 AI 법령검색 시스템 구축’이다. 코난테크놀로지가 주관사업자로 선정돼 5월 29일 계약을 체결했으며 총사업비는 65억5,000만원, 사업기간은 계약일부터 550일이다. 코난테크놀로지와 사이냅소프트 등 4개사가 참여해 자연어 질문으로 법령·판례·법령해석례 등을 검색할 수 있는 지능형 법령검색 체계를 구축한다. 기존 키워드 검색을 생성형 AI와 에이전틱 AI 기반의 대화형 법률정보 서비스로 전환한다는 점에서 2026년 공공 AX를 대표하는 프로젝트로 볼 수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도 약 56억6,500만원 규모의 ‘중소기업·소상공인 데이터 플랫폼 구축’ 사업을 발주해 위세아이텍·이든티앤에스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중기중앙회 공식 입찰공고상 사업예산은 56억6,500만원이며 사업기간은 계약 후 10개월이다. 위세아이텍은 약 34억원 상당의 계약분을 담당한다. 내부 데이터와 공공·민간·금융 데이터를 레이크하우스로 통합하고 중소기업 특화 LLM과 한국어 RAG를 적용해 정책·산업·금융정보를 AI로 검색·분석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이 직접 이용하는 공공 AI 서비스도 본사업 단계로 넘어갔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와이즈넛·지엔소프트·소프트아이텍 컨소시엄을 28억원 규모 ‘AX 기반 국민체감 AI 고용서비스 구축’ 사업자로 선정했다. 2027년 6월까지 12개월 동안 자연어 기반 AI 일자리 검색, 검색요약, 자기소개서·이력서 작성지원, 취업가이드와 심리검사 결과 요약 등 9종의 신규 AI 서비스를 개발한다. 단순 챗봇을 넘어 구직자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실제 취업 과정을 지원하는 서비스형 AI로 발전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한국전기안전공사도 6월 26억4,500만원 규모 전기안전 AI 플랫폼 구축사업에 착수했다. 와이즈넛과 웨이버스 컨소시엄이 온프레미스 멀티 LLM, RAG, LLMOps를 기반으로 전기안전 특화 AI 에이전트를 구축한다. 내부자료 검색과 전문문서 요약뿐 아니라 출장·근태·문서작성·민원 등 행정업무까지 AI 적용범위를 확대하는 사업이다. 공공기관 AI가 지식검색에서 실제 업무 프로세스 자동화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AI 활용을 위한 데이터 기반 구축도 확대됐다. NIA가 발주한 약 43억원 규모 ‘재난안전 AI 데이터 구축’ 사업은 티쓰리큐 컨소시엄이 수주해 6월 1일 계약을 완료했다. 재난문자·상황보고서·위치정보·위성 및 드론 영상·재난취약지역 데이터 등을 AI가 검색·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 자산으로 전환한다. 16개 컨소시엄, 약 60개 기업이 경쟁했다는 점에서도 공공 AI 데이터 사업을 둘러싼 공급시장의 경쟁이 상당히 치열해졌음을 보여준다.
국방에서도 AI 에이전트가 실제 개발환경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마키나락스는 5월 국방과학연구소의 ‘국방 무기체계용 AI 참모 Agent 개발환경 구축’ 사업을 14억6,000만원 규모로 수주했다. 2026년 12월까지 폐쇄망에서 AI 에이전트를 개발·실험·배포할 수 있는 환경과 전장 지식베이스를 구축한다. 보안 때문에 퍼블릭 클라우드 활용이 어려운 국방·공공 영역에서 온프레미스형 AI Agent와 AI 운영 플랫폼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3. 민간 부문 AI 프로젝트
민간시장에서는 금융권의 움직임이 가장 공격적이었다. 우리은행은 4월 삼성SDS를 ‘AX를 위한 AI 에이전트 구축’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고객관계관리·기업여신, 자산관리, 내부통제, 고객상담, 업무자동화 등 5개 영역 29개 핵심업무에 175개 이상의 AI 에이전트를 적용한다. 연내 약 90개를 우선 도입하고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으로, 생성형 AI가 금융회사의 단순 상담도구가 아니라 업무시스템을 직접 연결하고 수행하는 플랫폼으로 이동했다는 점에서 상반기 민간 AX 시장을 상징하는 사례다.
제주은행도 3월 KT·플래티어 컨소시엄을 GenAI 플랫폼 구축사업자로 선정했다. 플래티어의 에이전틱 AI 플랫폼 ‘XGEN’을 적용하고 온프레미스·망분리 환경에서 생성형 AI 서비스를 구축한 뒤 ‘1부서 1에이전트’ 체계로 확대할 계획이다. IBK투자증권은 핑거·원라인에이아이 컨소시엄에 생성형 AI 내재화 사업을 맡겼다. 금융 특화 LLM을 적용해 사내 지식검색, 회의록 자동작성, 개인화 투자리포트 등을 약 6개월간 구축한다. DB생명 역시 한국정보공학이 2026년 1월 DBAI 2단계 사업을 수주해 보험 약관·판매예규·업무매뉴얼 등을 기반으로 금융업무용 생성형 AI 서비스를 고도화했다.
제조업에서도 AI 에이전트가 실제 기업의 핵심 지식과 연결되기 시작했다. 반도체 장비업체 PSK는 라온피플에 전사 AI 에이전트 플랫폼 구축사업을 맡겼다. 반도체 기술문서를 외부에 노출하지 않도록 온프레미스로 구축하고, 문서분석·RAG·업무 에이전트를 적용한다. 발전 분야에서는 제논이 1월 한국남동발전의 문서 전처리 및 추가 AI 기능 개발사업을 수주해 계약업무 자동화, 감사지원, SAP 전표 자동입력 등의 AI 에이전트를 구축하기로 했다.
기업의 자체 AI 인프라 투자도 확대됐다. NHN클라우드는 1월 크래프톤의 GPU 클러스터 사업자로 선정돼 계약을 체결했다. 엔비디아 블랙웰 울트라 GPU 약 1,000장을 멀티클러스터로 구성해 대규모 AI 학습·추론 환경을 제공한다. 이는 기업의 AI 투자가 애플리케이션 개발뿐 아니라 GPU·네트워크·AI 클라우드 등 연산 인프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건설 분야에서는 유라클이 현대건설의 기존 생성형 AI 플랫폼 구축을 완료한 데 이어 3월 ‘AI 분양상담사 플랫폼 개발’ 후속사업을 추가 수주했다. 입주자모집공고와 청약 관련 문서를 RAG로 분석해 분양 문의에 답변하는 산업 특화형 AI로, 범용 AI 플랫폼 구축 이후 개별 현업 서비스가 후속 프로젝트로 분화되는 흐름을 보여준다.
대규모 물류 AX도 등장했다. 두산로지스틱스솔루션은 2월 아성다이소 양주허브센터 물류자동화 프로젝트를 1,620억원에 수주했다. AI 기반 소프트웨어와 물류시스템이 포함되지만, 이 금액 전체를 ‘AI 프로젝트 시장규모’로 계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1,620억원에는 설계·엔지니어링·자동화 설비와 물류시스템 등이 함께 포함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사업은 ‘순수 AI 구축’보다 AI가 포함된 대형 물류 AX 프로젝트로 분류하는 것이 정확하다.
4. 주요 특징
2026년 상반기 국내 AI 프로젝트 시장의 가장 뚜렷한 변화는 ‘챗봇에서 에이전트로, PoC에서 본 구축으로, 범용 AI에서 산업·업무 특화 AI로’ 이동했다는 점이다. 공공에서는 법률·고용·재난·전기안전·국방처럼 정확성과 보안이 중요한 업무에 온프레미스 LLM, RAG, 지식베이스와 AI 에이전트가 결합되고 있다. 민간에서는 금융권을 중심으로 AI가 조회·검색·상담을 넘어 여신·내부통제·자산관리·보고서 작성 등 실제 업무 프로세스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제조·발전 분야에서도 기술문서와 ERP 등 기존 업무시스템을 AI 에이전트와 연결하는 사업이 확산되고 있다.
또 하나의 특징은 AI 프로젝트의 단위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법제처 65.5억원, 중기중앙회 56.65억원, NIA 재난안전 약 43억원, 한국고용정보원 28억원, 한국전기안전공사 26.45억원 등 수십억원 규모의 공공 AI 본사업이 상반기에 잇따랐다. 이는 생성형 AI가 단순 기술검증 예산이 아니라 기관 핵심 정보시스템과 업무혁신 예산으로 편입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정부 R&D·실증사업, GPU 구매, AI가 일부 포함된 대형 AX 사업을 순수 AI 구축액과 합산해서는 안 된다. 프로젝트 시장을 정확히 분석하려면 ‘순수 AI 구축 / AI 인프라 / AI 포함 AX / 정부 R&D·지원’을 분리해 집계할 필요가 있다.
결국 2026년 상반기는 국내 AI 시장이 “AI를 도입할 것인가”를 논의하는 단계에서 “어떤 업무를 AI에 맡길 것인가”를 경쟁하는 단계로 넘어간 시기로 평가할 수 있다. 프로젝트의 중심도 모델 자체의 성능 경쟁에서 기업·기관이 보유한 데이터, 기존 업무시스템, 보안환경을 AI와 얼마나 안정적으로 연결하느냐로 이동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AI 프로젝트 경쟁력은 LLM 보유 여부만으로 결정되기보다 산업 데이터 이해력, RAG·온톨로지, AI Agent 오케스트레이션, 온프레미스·보안, 기존 시스템 연계 역량을 종합적으로 확보한 사업자에게 유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