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권 IT 투자 구조와 디지털 전환 전략
KRG가 12개 국내 주요 금융기관들의 IT 지출 현황을 조사했다. 이 자료는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살펴보면 금융권의 IT 투자는 단순한 시스템 유지 차원을 넘어 디지털 금융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략적 투자로 전환되는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전통 금융기관과 핀테크 기업 사이에서 IT 투자 구조와 투자 비중이 크게 차이를 보였으며, 이러한 차이는 향후 금융 산업 구조 변화와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전체적인 투자 규모를 살펴보면 12개 금융기관의 IT 지출은 2023년 약 1조5,213억 원 수준에서 2024년 약 2조 123억 원 수준으로 증가했고 2025년에는 약 2조 987억 원 수준으로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2023년 대비 2024년에 약 30% 이상 증가한 것이며 이후에는 증가폭이 다소 완만해지는 흐름을 보인다.
이러한 패턴은 금융기관들이 디지털 전환을 위한 대규모 초기 투자를 2023~2024년에 집중적으로 집행한 이후 2025년부터는 운영 및 고도화 단계로 진입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즉 금융 IT 투자는 일회성 프로젝트가 아니라 지속적인 플랫폼 투자 구조로 변화하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금융권 IT 지출의 초점
금융권 IT 투자의 초점은 크게 세 가지 영역으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는 핵심 금융 시스템의 현대화(Core Banking Modernization)이다. 전통 금융기관들은 오랫동안 운영해 온 레거시 시스템을 클라우드 기반 아키텍처로 전환하고 있으며, API 기반 플랫폼 구조를 도입해 금융 서비스를 외부와 연결하는 방향으로 시스템 구조를 개편하고 있다. 이러한 투자는 안정성과 보안이 중요한 금융 산업의 특성 때문에 매우 신중하게 진행되며 대형 IT서비스 기업들과 협력해 단계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둘째는 모바일 중심의 디지털 채널 경쟁 강화다. 최근 금융 서비스의 핵심 접점은 지점이 아니라 모바일 앱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금융기관들은 사용자 경험(UI/UX), 모바일 결제, 간편 금융 서비스, 개인화 금융 서비스 등을 중심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핀테크 기업들은 이러한 영역에서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셋째는 데이터와 인공지능 기반 금융 서비스 확대다. 금융 산업은 본질적으로 데이터 산업이기 때문에 최근 IT 투자의 상당 부분이 데이터 플랫폼 구축과 AI 활용에 집중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AI 기반 신용평가, 고객 맞춤형 금융 추천, 이상거래 탐지(FDS), 자금세탁 방지(AML) 시스템, 자동화 상담 서비스 등 다양한 영역에서 AI가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금융회사를 단순한 금융 중개 기관에서 데이터 기반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시키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금융기관 유형별 IT지출
- 대형은행
기업별 투자 구조를 살펴보면 금융기관 유형에 따라 투자 전략이 뚜렷하게 구분된다. 먼저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과 같은 대형 은행들은 매출 대비 IT 투자 비율이 대체로 1%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예를 들어 국민은행은 2023년 약 6,000억 원 수준의 IT 투자를 집행했으며 이후 2024년과 2025년에도 유사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은행의 IT 지출이 새로운 플랫폼 개발보다는 대규모 안정적 시스템 운영과 유지에 상당 부분 사용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전통 은행의 IT 투자는 혁신 투자보다는 안정적 운영 중심의 투자 구조라고 볼 수 있다.
- 핀테크
반면 핀테크 기업들의 투자 구조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인다. 비바리퍼블리카(토스)의 경우 IT 투자 비율이 매출 대비 25~35% 수준에 달하며 카카오페이 역시 약 15~17%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이들 기업이 금융회사가 아니라 사실상 기술 기반 플랫폼 기업이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에게 IT는 단순한 지원 기능이 아니라 서비스 자체이며, 사용자 플랫폼과 데이터 분석 시스템 구축이 곧 기업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핀테크 기업은 금융기관이라기보다 테크 기업의 투자 구조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디지털 은행
디지털 은행 역시 중간적인 성격을 보인다. 예를 들어 토스뱅크는 매출 대비 IT 투자 비율이 약 6~9% 수준으로 전통 은행보다 훨씬 높은 투자 비중을 보인다. 이는 인터넷 은행이 지점 중심 구조가 아니라 완전히 디지털 기반의 금융 서비스 모델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투자 구조는 클라우드 기반 코어 시스템, 자동화된 금융 운영, AI 기반 신용평가 시스템 구축 등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인다.
- 증권사
증권사의 경우에도 IT 투자 비율이 은행보다 상대적으로 높다. 대신증권과 SK증권은 매출 대비 IT 투자 비율이 약 2~4% 수준을 나타내는데 이는 증권 산업이 초저지연 거래 시스템, 모바일 트레이딩 플랫폼, 데이터 분석 시스템 등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즉 증권업은 금융 산업 중에서도 특히 IT 의존도가 높은 산업 구조를 갖고 있다.
특징
이러한 분석을 종합하면 국내 금융권 IT 투자 구조에서 몇 가지 중요한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우선, 전통 은행과 핀테크 기업 사이의 IT 투자 비율 격차가 매우 크다는 점이다. 전통 은행이 매출 대비 약 1% 수준을 투자하는 반면 핀테크 기업은 15~35% 수준을 투자하고 있어 투자 강도에서 약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 이는 금융 산업의 경쟁 구도가 플랫폼 중심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금융 IT 투자 구조가 점차 데이터와 인공지능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차세대 시스템 구축이나 전산 시스템 운영이 IT 투자의 핵심이었다면 최근에는 데이터 플랫폼 구축, AI 기반 금융 서비스, 클라우드 전환 등이 주요 투자 영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는 금융 산업이 점차 데이터 기반 산업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금융 IT 투자는 단순한 비용 지출이 아니라 미래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전략 요소로 자리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AI 기반 금융 서비스, 초개인화 금융, 자동화 금융 운영, 플랫폼 금융 서비스 등이 향후 금융 산업의 핵심 경쟁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결국 국내 금융기관의 IT 투자 흐름을 종합하면 금융 산업은 지금 디지털 금융 플랫폼 경쟁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고 풀이된다. 전통 은행은 안정적인 시스템 운영과 점진적인 디지털 전환 전략을 취하고 있는 반면, 핀테크 기업들은 대규모 IT 투자를 기반으로 플랫폼 금융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 변화는 향후 금융 산업에서 기술 역량이 금융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