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국가별 AI 육성 정책 비교
인공지능(AI)을 둘러싼 글로벌 패권 경쟁의 판도가 근본적으로 뒤바뀌고 있다. 과거의 경쟁이 누가 더 뛰어난 알고리즘과 모델 성능을 보유했느냐에 집중되었다면, 이제는 고품질 데이터를 얼마나 확보하고 이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순환시키느냐가 성패를 가르는 데이터 중심(Data-Centric)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데이터, 단순 자원 넘어 ‘국가 전략 자산’으로
최근 데이터 고갈 우려와 개인정보 보호 규제 강화, 조직 간 ‘데이터 사일로(Silo)’ 현상 등 데이터 확보를 가로막는 제약이 늘어남에 따라 데이터 활용은 새로운 정책적 과제로 부상했다. 이에 세계 주요국들은 데이터를 토지나 노동에 비견되는 ‘국가 전략 자산’으로 규정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활용하기 위한 정책 경쟁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미국: 민간 주도의 통합 생태계와 인프라 지원
미국은 빅테크 기업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극대화하는 ‘민간 중심 혁신’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직접적인 규제 대신 대규모 과학 데이터셋 구축과 고성능 컴퓨팅 인프라를 결합한 통합 연구 플랫폼 조성에 집중한다. 특히 국가 AI 연구 자원을 학계와 연구자들에게 개방함으로써 민관의 경계를 허물고, 데이터와 컴퓨팅 자원이 선순환하는 독보적인 통합 생태계를 공고히 하고 있다.
EU·영국: 규제에서 ‘활용’으로
그간 강력한 규제를 앞세웠던 유럽연합(EU)은 최근 ‘활용 중심’으로 전략을 급선회했다. 과도한 규제가 혁신을 저해한다는 위기감 속에 데이터법(Data Act)을 정비하고, 산업별 데이터 공유를 촉진하는 ‘유럽 공동 데이터 공간’ 구축에 나섰다. 이는 미국과 중국에 대한 기술 의존도를 낮추고 ‘디지털 주권’을 지키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 더욱 실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AI를 국가 성장 동력으로 삼고 비정형 데이터의 학습 자산화와 공공 데이터 전면 개방을 추진 중이다. 규제 샌드박스와 같은 유연한 법제 운용을 통해 ‘빠른 실험과 확산’이 가능한 글로벌 AI 허브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 국가 주도의 중앙집권적 데이터 통제
중국은 국가가 데이터를 직접 관리하는 중앙집권적 모델을 강화하고 있다. ‘국가데이터국’을 중심으로 관리 체계를 일원화하고, 데이터를 생산 요소로 명문화했다. 대규모 ‘신뢰 데이터 공간’을 통해 제조·금융·도시 관리 등 전 산업에 AI를 강제로 이식하는 수준의 강력한 추진력을 보여주지만, 민간의 자율성과 데이터 자유 측면에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 우수한 인프라 대비 낮은 연결성 해결이 숙제
한국 역시 AI 강국을 목표로 공공 데이터 개방과 제도 정비에 힘쓰고 있으나,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세계 최고 수준의 ICT 인프라를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민간 데이터 활용의 경직성, 규제의 불확실성, 데이터 사일로 현상이 발목을 잡고 있다. 전문가들은 선도국들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데이터의 ‘연결성’과 ‘활용 역량’ 강화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결국 향후 글로벌 AI 질서는 효율적인 데이터 활용 체계와 균형 잡힌 규제 사이에서 최적의 해법을 찾은 국가가 주도하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