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국 Kimi AI 모델에 ‘기술 절도’ 경고…미·중 AI 패권경쟁 전면전으로 확산

  1. Kimi K3 등장으로 미국 정부, 기업 '긴장 '

최근 미국 정부가 중국 인공지능 기업의 모델 개발 과정에 지식재산권 침해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미·중 AI 패권경쟁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 중국의 스타트업 문샷AI가 공개한 Kimi K3가 코딩과 추론, 에이전트 기능 등 일부 평가에서 미국의 최상위 AI 모델에 근접한 성능을 보인 것으로 알려지자, 미국 정부와 기술업계는 기술절도 가능성과 중국 모델의 시장 확산을 동시에 경계하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최근 중국 AI 기업들이 미국 기업의 기술과 지식재산권을 불법적으로 활용했는지를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미국 기업의 독점 모델을 무단으로 복제하거나 학습에 이용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금융제재나 거래 제한 등 대응조치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미국이 문제 삼는 핵심은 AI 모델의 ‘증류’ 방식이다. 증류는 고성능 모델의 출력 결과를 활용해 새로운 모델을 학습하거나 성능을 높이는 기술로 AI 업계에서 일반적으로 활용된다. 그러나 서비스 약관을 위반해 다수의 계정을 생성하고 특정 모델의 응답을 자동으로 대량 수집했다면 지식재산권 침해나 영업비밀 탈취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 측은 일부 중국 AI 기업이 미국산 대규모언어모델의 결과물을 대량으로 수집해 자국 모델의 성능 향상에 활용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베선트 장관은 미국 모델의 기술적 흔적이나 워터마크가 중국 모델에서 확인됐다는 취지의 언급도 내놓았다. 다만 어떤 모델에서 어떤 방식으로 검증됐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는 공개되지 않아 현재로서는 의혹 제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논란의 중심에는 문샷AI의 Kimi K3가 있다. 미국 백악관과 일부 AI 기업들은 문샷AI가 Anthropic 등 미국 기업의 독점 모델을 대상으로 대규모 증류를 수행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다수의 계정과 자동화 시스템으로 미국 모델의 응답을 수집한 뒤 이를 Kimi의 학습이나 후처리에 활용했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다만 Kimi가 미국 모델의 출력 데이터를 일부 활용했다는 의혹과 Kimi 전체가 미국 기술을 복제해 개발됐다는 주장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AI 모델은 자체 아키텍처와 학습데이터, 후학습, 최적화 기술이 결합돼 개발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중국 기업이 자체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무단 데이터 수집이나 서비스 약관 위반 가능성이 해소되는 것도 아니다.

중국이 이번 의혹에 대해 구체적인 기술자료를 제시하며 즉각 반박하지는 않았다. 중국은 그동안 자국 AI 산업의 성과가 독자적인 연구개발과 산업생태계 구축의 결과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이번 Kimi 관련 의혹에 대해서는 학습데이터의 구성과 외부 모델 활용 여부, 증류 과정 등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충분히 공개되지 않았다.

2. 중국, 일부 핵심 영역에서 미국 프런티어 모델과 경쟁 가능한 수준으로 진입

미국이 Kimi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배경에는 기술절도 의혹 이상의 시장경쟁 요인이 존재한다. Kimi K3는 전문가혼합 방식의 대형 모델로, 코딩과 추론, 에이전트 기능 등 일부 벤치마크에서 미국의 대표적인 AI 모델과 대등하거나 근접한 성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 평가만으로 미국 모델을 전면적으로 추월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중국 모델이 일부 핵심 영역에서 프런티어 모델과 경쟁 가능한 수준에 진입했다는 점은 분명한 변화다.

특히 Kimi가 오픈웨이트 방식으로 공개된다는 점이 미국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의 주요 AI 모델은 대부분 폐쇄형 구조로 운영되며 기업과 개발자는 사용량에 따라 API 비용을 지불한다. 반면 중국의 오픈웨이트 모델은 기업이 자체 서버에 설치하거나 산업별로 수정할 수 있어 비용과 활용 측면에서 경쟁력이 높다.

중국 모델이 미국 최상위 모델에 근접한 성능을 유지하면서 낮은 비용과 개방형 구조를 제공할 경우 글로벌 AI 시장의 경쟁구도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중소기업과 개발도상국, 비용에 민감한 기업을 중심으로 중국 모델의 채택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모델을 저렴하게 공급하더라도 클라우드와 데이터센터, 기업용 플랫폼, 모델 튜닝, 자동차, 로봇 등 주변 시장에서 수익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Kimi 공개 이후 사용자와 개발자의 관심이 빠르게 증가한 점도 미국의 위기감을 키운 요인이다. 이는 중국 AI가 단순한 기술적 가능성을 넘어 실제 시장과 개발자 생태계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미국이 우려하는 것은 중국 모델의 성능 자체뿐 아니라 오픈웨이트와 저비용 전략을 통한 글로벌 확산 가능성이다.

미국은 Kimi의 성능 공개 직후 기술절도 의혹과 제재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미국이 중국 모델의 기술적 성장뿐 아니라 시장 지배력과 개발자 생태계의 이동 가능성까지 동시에 우려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3. 궁극적으로는 양국간 AI 패권경쟁 노림수

이번 논란은 보다 큰 미·중 AI 패권경쟁의 일부다. 양국의 경쟁은 대규모언어모델을 넘어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전력, 클라우드, 오픈소스, 제조업, 로봇, 인재, 국제표준을 포괄하는 국가 시스템 간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과거에는 어느 국가가 더 우수한 모델을 개발하는지가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AI 기술을 산업과 사회 전반에 얼마나 빠르고 안정적으로 확산할 수 있는지가 경쟁력을 좌우하고 있다.

현재 판세는 미국이 최첨단 모델과 자본, 반도체, 글로벌 클라우드에서 앞서고 중국이 오픈웨이트 모델과 제조업, 대규모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추격하는 구도다. 미국의 가장 큰 강점은 모델과 반도체, 클라우드, 자본이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OpenAI와 Google DeepMind, Anthropic, Meta 등은 프런티어 모델 경쟁을 주도하고 있으며, Nvidia와 AMD는 AI 가속기 시장의 핵심 기업이다. Microsoft Azure와 Amazon Web Services, Google Cloud는 AI 모델과 서비스를 세계 기업과 개발자에게 공급하고 있다. 미국은 대학과 연구기관의 성과가 민간기업으로 이전되고 다시 클라우드와 API를 통해 상용화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

반면 중국은 DeepSeek와 Alibaba의 Qwen, 문샷AI의 Kimi 등을 중심으로 오픈웨이트와 저비용 전략을 확대하고 있다. 모델 가중치를 공개해 기업과 개발자가 자체 환경에 설치하거나 수정할 수 있도록 하고, 대형 모델뿐 아니라 소형·중형 모델과 코딩, 멀티모달, 산업별 특화모델을 함께 제공해 사용자 기반을 넓히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AI 패권은 어느 국가가 가장 높은 벤치마크 점수를 기록하는가보다 어느 국가의 모델과 기술 스택이 더 많은 기업과 국가에서 사용되는가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 최고 성능과 고부가가치 시장을 주도하더라도 중국은 저비용과 개방성, 현지화를 앞세워 설치 기반을 빠르게 확대할 수 있다.

4.분야별 경쟁 구도

첨단 반도체는 미·중 AI 경쟁의 최대 전선이다. 미국은 중국이 최첨단 모델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GPU와 HBM, 반도체 제조장비, 설계 소프트웨어에 대한 수출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는 중국의 AI 산업을 완전히 중단시키기보다는 대규모 컴퓨팅 자원의 확보를 어렵게 하고 개발비용과 시간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다.

그러나 중국 기업들이 미국 모델과 경쟁할 수 있는 AI 모델을 계속 공개하면서 수출통제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중국은 Huawei를 비롯한 국산 AI 반도체를 육성하는 한편 전문가혼합 방식과 지식 증류, 저정밀 연산, 모델 경량화, 추론 최적화 등을 활용해 컴퓨팅 효율을 높이고 있다.

중국산 가속기가 Nvidia의 최고급 제품과 전력효율, 소프트웨어 생태계에서 완전히 동등한 수준은 아니지만, 중국 내 일부 추론 업무와 클라우드 환경에서는 대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수출통제가 중국의 기술발전을 지연시키는 효과는 있지만, 동시에 반도체 자립 투자와 독자 생태계 구축을 촉진하는 결과도 낳고 있다.

AI 경쟁의 새로운 병목은 전력과 데이터센터다. 초대형 모델을 학습하고 대규모 서비스를 운영하려면 막대한 전력과 냉각설비, 통신망이 필요하다. 미국은 첨단 반도체와 자본에서는 우위에 있지만 전력망 연결 지연과 송전설비 부족, 지역주민 반발 등으로 데이터센터 확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토지와 전력, 통신망을 함께 조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첨단 GPU 부족과 중국산 반도체의 전력효율, 지역별 데이터센터 이용률 격차는 부담이다. 앞으로는 GPU 보유량뿐 아니라 이를 안정적으로 가동할 수 있는 전력과 냉각, 네트워크 인프라가 AI 경쟁력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제조업과 피지컬 AI는 중국이 미국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영역이다. 중국은 전기차와 배터리, 드론, 산업용 로봇, 전자제품의 방대한 생산기반을 보유하고 있다. AI가 공장설비와 자동차, 로봇을 직접 제어하는 단계로 이동할수록 실제 현장에서 생성되는 데이터와 제조역량의 중요성이 커진다.

중국은 제품을 빠르게 개발하고 대량 생산한 뒤 현장에서 데이터를 축적해 다시 성능을 개선하는 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 특히 휴머노이드 로봇은 AI 모델뿐 아니라 모터와 감속기, 센서, 배터리, 조립생산 능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중국의 제조업 기반이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은 고성능 멀티모달 모델과 AI 반도체, 로봇 시뮬레이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에서 우위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이 지능과 플랫폼을 주도하고 중국이 대량 생산과 현장 실증을 확대하는 경쟁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내부에서도 중국 AI 모델에 대한 대응 방향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중국 모델의 사용과 거래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Nvidia의 젠슨 황 CEO 등은 중국의 오픈소스 AI를 전면 차단하면 오히려 미국의 기술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중국 모델을 연구하거나 활용하지 못하도록 제한할 경우 미국의 개발자와 기업이 글로벌 AI 기술 흐름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중국 AI를 국가안보와 기술유출 문제로 보는 미국 정부의 입장과 시장경쟁 및 혁신 측면에서 접근하는 기술업계의 시각이 충돌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5. 또다른 이슈, 불명확한 국제 기준

이번 논란의 또 다른 핵심은 기존 모델의 결과물을 어디까지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국제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AI 모델은 웹 데이터와 논문, 코드, 다른 모델의 출력 등을 복합적으로 활용해 개발되지만 어디까지가 정상적인 학습이고 어디부터가 지식재산권 침해인지에 대한 법적·기술적 기준은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

미국이 기술절도를 공식적으로 입증하려면 문샷AI가 어떤 방식으로 미국 모델의 출력을 수집했고, 이 과정이 계약이나 저작권, 영업비밀 관련 규정을 어떻게 위반했는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출력 특성이 유사하거나 워터마크가 발견됐다는 주장만으로 Kimi 전체가 미국 기술을 복제해 만들어졌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중국 기업 역시 모델 가중치를 공개하는 것만으로 개발 과정의 투명성을 충분히 확보했다고 보기 어렵다. 학습데이터의 구성과 외부 모델 활용 여부, 증류 과정 등을 보다 구체적으로 공개해야 기술절도 논란을 해소할 수 있다.

향후 3∼5년 동안 미국은 프런티어 모델과 첨단 반도체, 글로벌 클라우드에서 우위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미국 기업이 고성능 모델을 먼저 출시하면 중국 기업이 수개월 뒤 상대적으로 저렴한 모델을 공개하고 이를 오픈웨이트 방식으로 확산하는 경쟁이 반복될 전망이다.

중국이 단기간에 첨단 반도체 전 영역에서 미국과 동맹국을 따라잡기는 어렵다. 그러나 구형 공정의 대규모 병렬화와 칩렛, 전용 가속기, 모델 경량화 등을 통해 실질적인 AI 역량을 높일 수 있다. 반도체의 세대 차이가 실제 AI 서비스의 성능 차이와 반드시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AI 산업의 중심이 모델 학습에서 추론과 실제 서비스로 이동할수록 비용경쟁도 중요해질 전망이다. 중소기업용 AI와 온디바이스 AI, 산업용 소형모델, 자동차, 로봇 분야에서는 중국 모델의 경쟁력이 빠르게 높아질 수 있다. 반면 미국은 기업용 AI와 고성능·고신뢰 시장에서 우위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이번 Kimi 논란은 중국 AI 산업이 미국 기술을 추격하는 단계를 넘어 미국의 시장전략과 사업모델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성장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미국의 기술절도 경고에는 지식재산권 보호라는 법적 명분과 함께 중국 오픈웨이트 모델이 미국 중심의 AI 시장질서를 흔들 수 있다는 위기감도 반영돼 있다.

미·중 AI 경쟁의 최종 승자는 가장 큰 모델을 개발한 국가가 아니라 AI를 반도체와 전력, 데이터센터, 제조업, 금융, 국방, 교육, 공공서비스에 가장 빠르고 안정적으로 적용한 국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최고 성능과 고부가가치 시장에서, 중국은 저비용과 개방형 생태계, 대량 보급과 피지컬 AI에서 각각 강점을 확대할 전망이다.

6. 우리의 대응 전략은

미·중 AI 경쟁은 한국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국은 HBM과 메모리, 반도체 제조, 통신, 제조업, 자동차, 배터리, 조선, 로봇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어 양국의 AI 생태계 모두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수출통제가 강화될수록 중국 고객과 생산시설을 보유한 국내 기업의 규제 위험도 커질 수 있다. 반도체와 장비기업은 미국 규제의 적용범위와 중국 사업의 영향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공급망과 생산거점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

결국 AI 모델 활용에서도 특정 국가나 사업자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줄여야 한다. 최고 성능이 필요한 업무에는 미국의 프런티어 모델을 활용하고, 비용에 민감한 업무에는 오픈웨이트 모델을 적용하며, 민감정보와 공공업무에는 국산 또는 온프레미스 모델을 사용하는 멀티모델 전략이 요구된다.

한국이 미국과 중국의 초대형 모델 경쟁을 규모로 따라가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대신 반도체와 자동차, 배터리, 조선, 제조 로봇, 의료, 통신, 사이버보안 등 한국이 실제 산업데이터와 기술경쟁력을 보유한 분야에서 특화 AI를 개발해야 한다.

소버린 AI도 모든 기술을 국내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개념보다는 핵심 데이터를 통제하고 모델을 교체할 수 있으며, 외부 서비스가 중단돼도 주요 업무를 계속 운영할 수 있는 전략적 선택권의 확보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미·중 경쟁이 심화될수록 한국은 어느 한쪽의 기술을 단순히 선택하는 국가가 아니라, 양쪽 생태계를 활용하면서도 핵심 산업과 데이터에 대한 통제력을 유지하는 전략이 중요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