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LM에서 Vertical AI로, 시장 규모 2033년에 745억 달러 전망
- 개요
생성형 AI 시장의 관심이 범용 대규모언어모델(LLM)을 넘어 특정 산업과 업무에 특화된 ‘Vertical AI’로 확대되고 있다. 범용 AI가 문서 작성과 검색, 요약, 코딩 등 다양한 업무에 활용됐다면 Vertical AI는 의료·법률·금융·제조·보험·회계 등 특정 산업의 전문지식과 데이터를 활용하고 기존 업무시스템과 연계해 개별 산업의 업무를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최근에는 AI 에이전트 기술이 발전하면서 Vertical AI의 활용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단순히 산업별 질문에 답하거나 문서를 작성하는 수준을 넘어 계약 검토, 진료기록 작성, 보험·의료 행정, 고객서비스 등 여러 단계로 구성된 업무를 AI가 처리하도록 하는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Menlo Ventures도 AI 에이전트가 다단계 논리, 외부 메모리, 외부 도구 및 API 연결을 활용하면서 종단 간 업무 프로세스 자동화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2. 급성장 중인 Vertical AI
Vertical AI의 성장세는 기업의 AI 지출에서 확인된다. Menlo Ventures가 2025년 12월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Vertical AI 관련 지출은 2024년 약 12억 달러에서 2025년 35억 달러로 약 3배 증가했다. 이 가운데 의료 분야가 약 15억 달러로 전체 Vertical AI 지출의 43%를 차지했다. 의료 분야 지출은 2024년 약 4억5,000만 달러에서 1년 만에 3배 이상 증가했다. 법률 분야도 약 6억5,000만 달러 규모로 성장한 것으로 분석됐다.
Grand View Research는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하드웨어와 서비스 등을 포함한 글로벌 Vertical AI 시장을 2025년 103억 달러, 2026년 130억 달러로 추정하고 있다. 2033년에는 745억 달러로 확대돼 2026~2033년 연평균 28.3%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 의료
현재 Vertical AI가 가장 구체적인 상용화 성과를 보이는 분야 가운데 하나는 의료다. 대표적인 기업이 미국의 Abridge다. Abridge는 의료진과 환자의 대화를 활용해 임상 문서를 작성하는 AI 서비스를 제공한다. 회사는 2025년 6월 Andreessen Horowitz가 주도한 투자 라운드에서 3억 달러를 조달했으며 기업가치 53억 달러를 인정받았다. 당시 회사는 확보한 자금을 임상의와 청구·수익관리 부문의 연결을 개선하는 데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Microsoft도 의료 특화 AI를 확대하고 있다. 회사에 따르면 2026년 3월 기준 10만 명 이상의 임상의가 Dragon Copilot을 일상적인 진료 업무에서 사용하고 있다. Dragon Copilot은 진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화를 기반으로 임상 문서 작성을 지원하는 기능에서 출발해 의료진의 업무 흐름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기능을 확대하고 있다.
의료 Vertical AI 시장이 주목받는 배경에는 의료서비스에서 행정업무가 차지하는 비용이 크다는 점도 있다. Menlo Ventures는 미국 의료산업의 연간 행정 관련 지출을 약 7,400억 달러, 의료 IT 지출을 약 630억 달러로 추정한다. 이는 AI 기업이 기존 IT 예산뿐 아니라 사람이 수행해온 행정업무의 일부를 자동화하는 시장을 겨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7,400억 달러 전체가 AI의 잠재시장이라는 의미는 아니며, 실제 AI가 대체하거나 지원할 수 있는 범위는 업무 특성과 규제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 법률
법률도 Vertical AI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분야다. 대표적인 법률 AI 기업 Harvey는 2026년 3월 2억 달러의 신규 투자를 유치하면서 기업가치 110억 달러를 인정받았다. 누적 투자금은 10억 달러를 넘어섰다. Harvey는 법률회사와 기업 법무부서를 대상으로 계약 분석, 실사, 규제준수, 소송 관련 업무 등을 지원하고 있다. 회사는 신규 투자금의 일부를 AI Agent와 법률 엔지니어링 조직 확대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움직임은 법률 AI의 적용 범위가 단순한 정보 검색과 문서 요약에서 계약 분석이나 실사처럼 여러 단계를 거치는 업무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AI가 법률업무를 광범위하게 대체하거나 기존 법률서비스의 시간당 청구 모델을 단기간에 크게 바꿀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법률서비스에는 전문적 판단과 책임 문제가 수반되며, 생성형 AI 도입이 실제 인력구조와 가격체계를 어느 정도 변화시킬지는 앞으로 확인해야 할 영역이다.
3. 공급업체별 전략
Vertical AI 경쟁은 전문 스타트업에 국한되지 않는다. 기존 글로벌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들도 보유하고 있는 고객 데이터와 업무시스템을 기반으로 산업별 AI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Salesforce는 금융·의료·생명과학·제조·통신 등으로 Agentforce 적용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금융서비스용 Agentforce는 은행·자산관리·보험 분야 데이터에 기반한 AI Agent를 제공하며, 의료용 Agentforce는 보험자와 의료기관, 공공보건기관의 업무를 대상으로 한다.
생명과학 분야에서는 Agentforce Life Sciences를 별도로 확대하고 있다. Salesforce는 2026년 4월 Moderna가 글로벌 상업 운영을 통합하기 위한 플랫폼으로 Agentforce Life Sciences를 선택했다고 발표했다. 2026년 5월에는 Agentforce Life Sciences 고객이 140개 이상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ServiceNow는 자사의 강점인 Workflow에 AI Agent를 결합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2025년 NVIDIA와 협력해 통신사업자를 위한 AI Agent를 발표했으며 고객서비스와 네트워크 운영 등 통신사업자의 업무를 자동화하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이후 AI Agent Orchestrator와 평가 기능 등을 확대하면서 여러 Agent가 기업의 업무 시스템 안에서 연계될 수 있도록 플랫폼을 강화하고 있다.
Microsoft는 Microsoft 365 Copilot, Copilot Studio, Azure 및 Dragon Copilot 등을 통해 범용 기업 AI 플랫폼과 산업별 솔루션을 병행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의료 분야의 Dragon Copilot처럼 특정 산업에 최적화된 제품을 제공하는 한편, 기업이 자체 데이터와 업무 환경을 기반으로 AI 애플리케이션과 Agent를 구축할 수 있는 플랫폼도 제공한다.
Palantir는 산업별 AI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하는 전형적인 Vertical AI 스타트업과는 사업구조가 다르지만, 기업 데이터를 실제 업무와 연결한다는 측면에서 주목할 만한 사례다. Palantir의 Foundry와 AIP는 기업의 데이터를 Ontology를 통해 업무 객체와 관계로 구조화하고 이를 AI 기반 Workflow와 연결한다. Palantir는 제조·의료·국방 등 여러 산업에서 이러한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회사의 공식 자료에서도 제조공장, 작업지시, 고객, 물류 등의 데이터를 Ontology로 연결하고 이를 AI 기반 Workflow에 활용하는 구조를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Palantir의 전략은 특정 산업만을 겨냥한 하나의 Vertical AI 제품이라기보다 산업별 데이터와 업무 구조를 AI가 활용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공통 플랫폼에 가깝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전문 데이터를 보유한 기존 정보서비스 기업도 Vertical AI 경쟁의 중요한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Thomson Reuters는 법률·세무·회계 등 전문 분야에서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와 AI를 결합하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2026년 2분기에는 생성형 AI가 포함된 계약이 전체 계약가치의 약 32%를 차지해 1분기 30%에서 상승했다. 회사는 법률·금융 등 정확성과 책임이 중요한 영역에서 검증 가능한 AI를 강조하며 이를 ‘fiduciary-grade AI’라는 전략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 사례는 Vertical AI 경쟁에서 AI 모델뿐 아니라 기존에 축적된 전문 콘텐츠와 데이터, 고객 기반이 중요한 자산으로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4. 차별화 요소
Vertical AI의 차별화 요소는 ‘모델’ 하나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최근 Vertical AI 시장을 보면 경쟁력은 단순히 어떤 LLM을 사용하느냐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의료에서는 EHR 등 의료정보 시스템과의 연동이 중요하고 법률에서는 신뢰할 수 있는 법률 데이터와 문서 Workflow가 중요하다. 금융과 보험에서는 규제준수와 데이터 보안, 감사기록 등이 필요하며 제조에서는 생산·설비·물류 데이터를 실제 운영과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Vertical AI 경쟁에서는 산업 전문 데이터, 기존 시스템과의 연계, 업무 Workflow에 대한 이해, 보안·규제 대응, AI 결과에 대한 검증과 관리 능력이 함께 중요해지고 있다.
다만 이를 근거로 “LLM 자체는 더 이상 경쟁력이 없다”고 보는 것도 지나친 해석이다. 모델의 정확도와 추론성능, 비용, 처리속도 역시 서비스 품질과 수익성에 영향을 미친다. 향후 Vertical AI 경쟁은 기반모델의 성능과 산업별 데이터·업무시스템의 결합 능력이 함께 작용하는 구조가 될 가능성이 높다.
5. 다양한 변화
Vertical AI의 확산은 소프트웨어 가격체계에도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전통적인 SaaS가 사용자 수를 기준으로 요금을 부과하는 Seat-based Pricing을 주로 사용했다면 AI 제품에서는 사용량이나 실제 처리 업무를 기준으로 요금을 산정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Bessemer Venture Partners는 2026년 AI 가격전략 분석에서 AI가 티켓 처리, 문서 작성 등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 단순한 소프트웨어 접근권보다 업무 결과를 기준으로 가격을 책정하는 방식이 중요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Vertical AI에서도 처리 건수나 사용량, 업무 결과 등을 기준으로 한 Usage-based 또는 Outcome-based Pricing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모든 산업에서 성과기반 가격모델이 일반화됐다고 보기는 아직 이르며 기존 사용자 기반 과금과 사용량 기반 과금 등이 혼합되는 형태가 당분간 공존할 가능성이 크다.
Vertical AI 시장에서 가장 주목되는 변화 가운데 하나는 AI가 기존 소프트웨어 예산을 넘어 사람이 수행해온 업무 영역을 대상으로 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Bessemer Venture Partners는 Vertical AI가 기존 Vertical SaaS와 달리 기업의 IT 예산뿐 아니라 인건비에 해당하는 비용을 대상으로 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의료 행정, 법률 문서 검토, 고객서비스 등 사람이 반복적으로 수행하던 업무 가운데 일부를 AI가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Bessemer가 제시한 “Vertical AI의 시장가치가 기존 Vertical SaaS의 10배 이상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은 확정된 시장 전망이라기보다 벤처투자사의 투자 가설이라는 점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현재 확인할 수 있는 보다 보수적인 해석은 Vertical AI가 기존 IT 소프트웨어 예산에만 의존하지 않고 업무 자동화를 통해 인건비·아웃소싱·전문서비스 비용의 일부까지 경제적 가치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6. 향후 경쟁구도
현재 Vertical AI 시장의 경쟁자는 크게 세 그룹으로 나눠볼 수 있다. 첫째는 Abridge와 Harvey처럼 특정 산업 문제에서 출발한 AI Native 기업이다. 특정 업무에 집중해 빠르게 제품을 개발하고 고객의 핵심 Workflow에 진입하는 전략을 취한다.
둘째는 Salesforce·ServiceNow·Microsoft처럼 기존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고객 기반과 업무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는 대형 플랫폼 기업이다. 기존 CRM·Workflow·생산성 도구에 AI Agent를 결합해 산업별 시장으로 확장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셋째는 Thomson Reuters와 같이 법률·세무·회계 등에서 전문 데이터와 고객관계를 보유하고 있는 Vertical Software·전문정보 기업이다. 기존 전문 콘텐츠와 데이터베이스를 생성형 AI와 결합해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어느 한 그룹이 Vertical AI 시장을 주도할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AI Native 기업은 기술 적용 속도와 특정 Workflow에 대한 집중도가 강점인 반면 기존 소프트웨어 기업은 고객 기반과 시스템 연계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전문정보 기업은 오랜 기간 구축해온 데이터와 산업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7. ‘산업별 챗봇’에서 실제 업무 지원 단계로 진화
Vertical AI 시장에서 현재 확인할 수 있는 가장 뚜렷한 변화는 AI의 적용 범위가 ‘정보 제공’에서 ‘업무 수행 지원’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의료에서는 진료기록 작성과 행정업무, 법률에서는 계약 검토와 실사, 금융에서는 고객서비스와 규제 관련 업무, 제조에서는 생산·설비·공급망 관련 데이터 활용 등 산업별로 실제 Workflow와 AI를 연결하려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Vertical AI의 경쟁력을 평가할 때도 기반모델의 성능만 보는 것보다 AI가 산업의 데이터를 얼마나 정확하게 활용할 수 있는지, 기존 업무시스템과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는지, 실제 업무시간과 비용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규제와 보안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지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
2 025~2026년 의료와 법률을 중심으로 대규모 투자와 기업 도입 사례가 나타나고 있고 Salesforce·ServiceNow·Microsoft 등 기존 소프트웨어 기업도 산업 특화 AI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은 Vertical AI가 기업용 생성형 AI 시장의 주요 경쟁영역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향후 시장의 핵심 관전 포인트는 AI가 얼마나 많은 업무를 사람 대신 수행하느냐만이 아니다. 기업이 실제 비용을 지불할 만큼 생산성과 업무 품질을 개선할 수 있는지, 규제 산업에서 요구되는 정확성과 책임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 그리고 기존 기업 시스템 안에 안정적으로 통합될 수 있는지가 Vertical AI 시장의 성장속도와 업체별 경쟁력을 결정하는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