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 분야의 패러다임 전환 'Physical AI' , 2030년에 1660억달러 전망
2025년, 인공지능(AI)은 가상 공간을 넘어 실제 세계에서 활동하는 피지컬 AI(Physical AI)로 진화하며, 글로벌 산업 지형을 재편하고 있다. 피지컬 AI란 로봇, 자율주행차, 드론, 스마트 팩토리 등 다양한 물리적 기기가 AI를 탑재해 실제 환경을 인식·판단·학습·행동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최근 이 시장이 급부상하는 배경과 앞으로의 성장 요인, 전망, 그리고 남아 있는 과제에 대해 짚어본다.
- 현실과 디지털의 경계 허물어
기존의 AI는 주로 텍스트, 이미지, 음성 등 비물리적 데이터를 처리하는 ‘디지털 AI’가 주류를 이뤘지만, 피지컬 AI는 실제 세계에서 사물과 직접 상호작용한다. 로봇팔이 공장 라인에서 부품을 집거나, 자율주행차가 도로 상황을 실시간 판단해 움직이는 모습이 대표적이다. 엔비디아, 테슬라, 보스턴 다이내믹스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이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시장을 선점하려 하고 있다.
- 첨단하드웨어와 생성형 AI의 하모니
피지컬 AI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첫 번째 요인은 첨단 하드웨어의 발전이다. 센서, AI 반도체, 모터 등 하드웨어의 성능이 비약적으로 향상되면서, 로봇이나 자율주행차에 고성능 AI를 직접 탑재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여기에 생성형 AI, 에이전틱 AI 기술이 더해지면서, 기계가 인간의 지능적 판단을 뛰어넘는 순간도 멀지 않았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산업 전반의 디지털 전환(DX)과 노동력 부족, 고령화 등 사회적 요인도 시장 확대를 뒷받침한다. 제조·물류·의료·서비스 등에서 피지컬 AI는 생산성 혁신의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 ‘로봇의 두뇌’ 시장, 폭발적 성장 예고
피지컬 AI 시장의 전망은 밝다. 특히 휴머노이드 로봇, 자율주행 배송로봇, 스마트 팩토리, 의료 로봇 등에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피지컬 AI는 10년 내 수조 달러 규모의 기회를 창출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실제 현실에서 행동하는 AI가 ‘AI 산업 2막’의 중심이 될 것임을 예고했다.
Linkedin에 따르면 피지컬 AI 시장은 현재 726억 달러(약 100조 원)에서 2030년까지 1,660억 달러(약 230조 원)에 도달하며 두 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연평균 16.4%에 달하는 가파른 성장률로, 제조, 헬스케어, 물류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지능형 자동화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 대규모 투자 이어져
투자자들의 관심 또한 뜨겁다. 지난 10년간 로봇 스타트업에 1,000억 달러(약 138조 원) 이상이 투자되었으며, 특히 2024년에는 전년 대비 40% 증가한 약 120억 달러(약 16조 5천억 원)가 집행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투자 증가는 두 가지 핵심 트렌드에 기인한다. 첫째, 그동안 정체되었던 인프라 계층에 생성형 AI 기반 개발 도구와 시뮬레이션 플랫폼이 도입되며 혁신을 촉발하고 있다. 둘째, 인지 로봇이 복잡하고 다양한 영역의 작업을 수행하는 동시에 비용을 절감하고 신뢰성을 높이는 능력을 입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시스템은 소매, 배송, 위생 등 고수요, 고데이터 환경에서 특히 효과적이며, 이는 자본과 상업적 관심을 동시에 끌어모으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 인더스트리 5.0의 핵심: 인간-기계 협업 시대로
인더스트리 4.0이 시스템 및 프로세스 자동화에 초점을 맞췄다면, 인더스트리 5.0은 기계와 인간의 조화로운 협업에 중점을 둔다. 즉, 인간의 기술을 상황을 인지하고 반응할 수 있는 지능형 기계로 보강하는 개념이다. 물리적 AI는 이러한 진화의 중심에 서서 실시간 인간-기계 협업을 가능하게 하고, 대규모 맞춤화 및 지속 가능성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고 있다.
아직 산업 전반의 물리적 AI 통합률은 30% 미만에 머물고 있지만, 높은 초기 투자 비용, 상호 운용성 문제, 레거시 시스템의 관성 등 여러 도전 과제에도 불구하고 산업계는 더 이상 도구가 아닌 '협업자'로서 지능형 에이전트를 중심으로 워크플로우를 재구상하고 있다.
- 생태계 전반에 걸쳐 도입 가속화
피지컬 AI 시스템의 핵심은 전문화된 프로세서들이다. 고강도 신경망 처리를 위한 AI 가속기(엔비디아 차량용 칩), 공장 현장에서 실시간 저전력 의사결정을 위한 엣지 AI 칩(텍사스 인스트루먼트 산업용 로봇), 생물학적 효율성을 재현하는 뉴로모픽 칩(인텔 스마트 센서) 등이 변화를 주도한다.
특히 자동차 부문은 자율주행 차량 훈련 칩 수요가 매년 45% 증가하며 도입 속도를 선도하고 있다. 테슬라의 맞춤형 도조(Dojo) 칩은 매주 10억 마일에 달하는 주행 데이터를 처리하며, 제조 분야에서는 엣지 AI 침투율이 품질 관리에서 62%에 달해 폭스콘은 비전 프로세서를 통해 불량률을 38% 감소시키는 성과를 거두었다.
- 국가적 대응
각국 정부도 전략적 투자를 통해 물리적 AI 발전을 지원하고 있다. 인도는 엣지 AI 개발 가속화를 위해 21억 달러(약 2조 9천억 원)를 투자했으며, EU는 산업용 로봇의 인간 두뇌 효율성을 목표로 뉴로모픽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민간 부문에서는 엔비디아가 전 세계 AI 훈련 인프라의 89%를 담당하며 모든 자율주행 차량의 80%에 대한 센서 데이터를 처리하고 있고, 아마존은 맞춤형 칩을 탑재한 창고 로봇을 배포하여 전력 소비를 85% 절감하면서 초당 1,200개의 재고 결정을 내리고 있다.
현재까지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맞춤형 칩 개발에 14개월 이상이 소요되고, 기업의 68%가 공급망 혼란으로 배포 지연을 겪는 등 공급 문제는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피지컬 AI 칩 시장은 2029년까지 3,110억 달러(약 430조 원)로 세 배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들 프로세서는 전 세계 지능형 인프라의 초석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정책 입안자들은 이러한 변화를 위한 지원의 시급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국가 인공지능 자문 위원회 설립과 NIST AI 위험 관리 프레임워크 발표를 통해 AI 리더십에 대한 의지를 확고히 했다. 민간 부문에서도 2025년 초 발표된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는 데이터 센터 및 AI 역량에 최대 5,000억 달러(약 690조 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으로, AI가 노동, 생산성 및 국가 경쟁력을 재편하는 기본 기술이라는 믿음을 강조하고 있다.
- 빨라지는 테크기업들
엔 비디아의 옴니버스(Omniverse) 및 아이작 심(Isaac Sim) 플랫폼, 그리고 프로젝트 GR00T는 시뮬레이션 및 로봇 훈련 분야를 선도하며 휴머노이드 에이전트 개발 방식을 재정의하고 있다. 지멘스는 엑셀러레이터 (Xcelerator) 플랫폼을 통해 산업 AI를 추진하며,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ABB 같은 기업들은 로봇 하드웨어의 한계를 확장하고 있다. 애질리티 로보틱스와 피규어 AI 같은 스타트업들은 인간 중심 공간에서 효과적으로 기능할 수 있는 이족 보행 로봇을 설계하며 주목받고 있다.
인도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아시모프 로보틱스의 휴머노이드 비서, 아티 모터스의 자율 전기차, 젠로보틱스의 위생 솔루션 등 물리적 AI 분야에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이는 국내 수요를 충족시킴과 동시에 인도가 글로벌 물리적 AI 경쟁에서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할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 현실 적용의 ‘장벽’ 여전
하지만 피지컬 AI의 실용화까지는 여러 과제가 남아 있다.
첫째, 실제 환경의 불확실성과 안전성 문제이다. 공장이나 도로처럼 예측불가한 물리적 환경에서 AI가 즉각적이고 안전한 판단을 내리는 일은 아직 쉽지 않다.
둘째, 데이터와 학습 환경의 한계도 지적된다. 피지컬 AI는 수많은 시뮬레이션과 실제 현장 데이터를 요구하지만, 충분하고 다양성 있는 학습 데이터 확보에 어려움이 크다.
셋째, 윤리·규제 문제와 사회적 수용성도 중요 과제이다. 자율주행차, 의료 로봇 등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책임 소재와 법적 기준, 개인정보 및 보안 문제 등 해소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비용 부담과 표준 부재도 기업 도입의 장애물이다. 첨단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개발해야 하므로 초기 투자가 크고, 업계 간 인터페이스 및 표준화 작업이 필수적이다.
- 게임체인저가 될까?
피지컬 AI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두뇌를 넘어, 손발과 오감까지 확장되는 ‘로봇의 두뇌’ 시대의 도래를 상징한다. 현실 세계를 이해하고, 직접 행동하며, 점차 더 복잡하고 위험한 임무까지 수행하는 AI의 진화는 산업과 일상에 새로운 변화를 몰고 올 전망이다.
한때 공상 과학으로만 여겨졌던 피지컬 AI는 이제 빠르게 산업 현실이 되고 있다. 물리적 AI는 기존 시스템에 단순히 추가되는 것이 아니라, 작업이 설계되고 수행되며 확장되는 방식의 근본적인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인더스트리 5.0을 향해 나아가면서, 인지 로봇 공학, 생물학적 인터페이스, 그리고 지속 가능한 시스템의 융합은 생산성뿐만 아니라 인간-기계 공존의 본질 자체를 재정의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화에서 증강으로의 전환은 이미 진행 중이며, 물리적 AI는 우리를 더욱 지능적이고 포용적이며 깊이 구현된 미래로 안내하는 나침반이 될 것이다.
다만, 기술의 한계와 사회적 합의를 동시에 풀어가야만 ‘혁신의 결실’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와 정부, 사회 모두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