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콤퓨타 산업 100대 이야기(18)- '우리말 컴퓨터 서적'
1960년대 후반만 해도 컴퓨터 서적이란 것은 찾아볼 수 없었다. 국내에 한글로 된 컴퓨터 서적이 처음으로 출간된 것은 68년 4월. 고려대 송길영 교수의 '전자계산기 입문'에서 그 뿌리를 찾게 된다. 초기 우리나라에 도입된 전자계산기의 이해와 활용을 위한 최초의 전문서로서 기초, 프로그래밍, 응용, 도입 등 4장으로 구성돼 있다.
'전자계산기 입문'은 원서로밖에는 컴퓨터 지식을 습득할 수 없었던 당시의 상황에서 우리말로 제작된 최초의 컴퓨터 서적이었던 점에서 의의가 크다. 이는 이 책의 발간에 지대한 관심을 가진 사람들의 추천사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당시 과학기술처장관이었던 김기형 박사, 대한전자학회장인 우형주 박사, 한전기계화위원회의 김종수 이사, 한국전자계산소 이주용 소장 등이 기록한 추천의 글은 한결같이 이 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외국에서 도입된 컴퓨터 지식을 우리글로 재정리해 소개함으로써 그만큼 컴퓨터를 가깝게 느낄 수 있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촉매제가 됐기 때문이다.
송길영 교수는 '한국전력 기술부에 입사한 이후 한전 전력계통 구축에 컴퓨터를 필수적으로 이용해야 했다. 하지만 관련업무를 하는 직원조차 컴퓨터 문외한이 많았고, 더욱 중요한 것은 참고가 될 만한 서적이 한 권도 없었다'는 사실에 알고 집필을 시작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주경야독 끝에 작업은 끝났지만 어려움은 계속됐다. 책을 출판해 줄 출판사와 인쇄소의 반응이 냉담했던 것이다. 4곳을 돌아다녔지만 한결같이 '이런 책이 팔리기나 하겠느냐'며 거절했다. 결국 자비를 들여 책을 찍어내기로 한 송길영의 첫 서적은 상당한 히트를 치며 출판업계의 냉담했던 반응에 찬물을 끼얹었다. 책을 거듭해 찍어낸 덕택으로 집도 사고 땅도 샀다고 하니 전자계산기 입문의 인기가 어떠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송길영 교수는 이어 69년 '전자계산기의 프로그래밍 입문', 70년 '컴퓨터 이용의 기초지식' 등의 전산서적을 발간하며 이 땅에 컴퓨터라는 장르를 만드는데 앞장선다. 이후 대중화를 위해 '알기쉬운' 전자계산기 시리즈를 발간하는데 알기쉬운 전자계산기 입문, 알기쉬운 포트란, 알기쉬운 코볼 등이 그것이었다.
송길영의 저서는 컴퓨터 관련 서적이 없어 목말라하던 사람들의 갈증 해소는 물론 체계적인 교과서가 없던 터에 귀중한 자료로 활용된다.
<사진설명: 송길용 교수가 1968년 4월에 발간한 국내 최초의 컴퓨터 서적 '전자계산기 입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