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콤퓨타 산업 100대 이야기(36)- '인물로 본 IT 파이오니아_2편'

한국 콤퓨타 산업 100대 이야기(36)- '인물로 본 IT 파이오니아_2편'

KRG

한국의 IT산업은 지난 60여년 동안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해 왔다. 이 기간동안 국내 IT업계는 수많은 경영자를 배출했다. 물론 보는 이들에 따라 이들의 공적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우리도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 우리를 둘러싼 주변 여건이 불투명하고 AI시대를 맞아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치열한 경쟁 체제에 진입했다.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현실에서 중국의 추격은 더욱 거세지고 있으며, 세계는 몇몇 빅테크 기업들이 디지털 시장을 넘어 세계 경제의 맹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국의 디지털 산업은 지금 백척간두에 서 있다. 하지만 과거를 돌이켜 보면 이러한 시대에 탁월한 리더십을 가진 리더들이 존재해 위기를 극복했다. 리더는 늘 위기에 빛이 나기 마련이다.

'인물로 본 IT파이오니아' 두번째편으로 80년대 IT산업의 중흥을 이끌었던 리더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80년대: 탑라인, 다양한 스펙트럼 형성

격동의 시대인 80년대는 한국컴퓨터 산업이 본격적으로 빛을 발휘하던 시기였다. 80년대의 최고경영층은 다양한 인맥으로 구성된다. 외국계 현지법인 인맥과 국내 재벌기업의 컴퓨터 관련 기업체 톱경영인 인맥, 5공정권 탄생에 따른 군인맥, 해외유학파 인맥과 벤처기업 인맥 등 다양한 스펙트럼을 형성했다.

  • 벤처기업 등장

벤처기업이 처음 등장했던 80년대. 80년대에는 하드웨어업체 보다는 소프트웨어업체의 설립 붐이 줄을 이었다.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국내 현지법인 설립에 하나둘 나서는 한편 소프트웨어를 전문으로 하는 벤처기업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소프트웨어 산업은 소수의 인력으로 고부가가치를 누릴 수 있는 사업이란 측면에서 많은 젊은이들을 유혹했다. 이때 등장한 젊은 기업가들 가운데 일부는 오늘날까지 주목받는 장수 벤처기업가도 더러 있다.

80년초 국내에 벤처씨앗은 당시 이범천 사장이 이끄는 큐닉스컴퓨터, 이용태 사장이 설립한 삼보컴퓨터. 80년 5명의 인원으로 삼보컴퓨터를 설립, 오늘날 매출 2조원을 바라보는 거대 기업으로 키운 이용태 회장은 정보산업엽합회 회장직을 오랫동안 맡으면서 한국 정보산업 발전에 많은 공로를 했다. 33년생으로 서울대 물리학과와 美 유타주립대학원에서 이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KIST 컴퓨터 국산화 연구실장을 거쳐 한국전자기술연구소 전산개발 담당 부소장을 역임한 후 큐닉스, 삼보컴퓨터 대표와 한국데이타통신주식회사(데이콤)의 초대 수장으로서 데이터통신의 발전에도 많은 기여를 했다.

이범천 큐닉스 사장은 후에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사장을 역임하고 다시 친정인 큐닉스컴퓨터로 복귀했으나 97년 IMF 한파를 겪으면서 결국 결국 도산하고 말았다.

큐닉스컴퓨터 이범천 사장

당시 국내에선 컴퓨터 본체 생산에만 열을 올렸을 뿐 FDD나 HDD 등의 주변기기 품목은 찬밥대우를 받고 있을 때였다. 그러나 당시 38살이었던 정강환 사장은 하드디스크, 및 헤드전문업체인 태일정밀을 세워 정보산업 수출에 커다란 공현을 한다. 정강환 사장은 하드디스크가 국가적으로나 기업유지측면으로 괜찮을 것이라는 판단으로 사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태일정밀은 이후 승승장구를 이어가다 IMF 이후 결국 도산하고 말았다.

80년대, 20대 경영자로 명성을 날렸던 대표적인 인물은 비트컴퓨터 조현정 사장. 조현정 사장은 인하대 전자공학과 3학년 시절, 비트컴퓨터를 설립했다. 첫작품이 바로 친구 이모부가 경영하던 병원의 업무 전산화용 소프트웨어. 이를 시발로 비트컴퓨터는 50여개의 종합병원에 기술을 제공하면서 오늘날의 비트컴퓨터로 만든 산실이 된다. 이외 당시에 20대 경영자로는 유니컴의 김계학 사장, 트론컴퓨터시스템, 이헌덕 러브리소프트웨어 사장 등이 20대의 패기를 경영에 접목시키고 있었다.

비트컴퓨터 조현정 사장

  • 전문경영인 전성시대

80년대 삼성, 현대, 대우 등이 본격적으로 IT산업에 뛰어들면서 대기업에서 경영관리를 터득한 전문경영인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나름대로 탄탄한 기업조직과 명성을 배경으로 IT업계의 새로운 스타 경영인으로 떠올랐다. 이중 대표적인 대기업 IT업계 경영자로 대우통신의 박성규 사장과 쌍용 박병철 사장, 금성사(現 LG전자) 강인구 사장, 삼성전자 정재은, 강진구, 김광호 사장 등이다.

80년대에 빼놓을 수 없는 쾌거는 그동안 외국에서 수입해 들여오던 개인용컴퓨터를 처음으로 미국에 수출한 것. 당시 주역은 대우통신 박성규 사장. 박 사장은 16비트 퍼스널 컴퓨터인 ModelD를 OEM 수출이긴 하지만 성공적으로 미국시장에 내놓아 성공했다. 외형적으로도 당시 수출규모는 4천만달러라는 엄청난 액수였다. ‘시장 지향적 개발’, ‘목표지향적 관리’란 경영철학을 박성규 회장은 지난 78년 근 20년간의 미국에서의 연구생활을 마치고 귀국, 대우통신의 전문경영인으로서 재직하면서 수출신화를 일구었다. 그는 수출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86년 과학의날 산업훈장 동탑을 수상하기도 했다.

대우통신 박성규 사장

일찌감치 IT산업에 뛰어든 쌍용그룹. 83년 쌍용컴퓨터(현 쌍용정보통신) 사장으로 부임한 박병철 사장은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을 위해 헌신한 80년대를 대표하는 IT업계 경영자. 박병철 사장은 부임 첫해인 83년 불과 14억원에 달하던 매출액을 85년도에 100억원, 89년도에 210억원으로 늘렸다. 특히 박 사장은 한국소프트웨어개발연구조합 이사장까지 겸직하면서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 활성화를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 그는 사장재임시 소프트웨어 개발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전사적 품질관리(TQC)를 처음으로 도입, 활용하기도 했다.

  • 반도체 주역들

한편 당시 반도체 부문에 뛰어든 삼성에는 어느 그룹보다 뛰어난 전문경영인들이 즐비했다. 강진구 회장과 김광호 사장, 정재은 회장 등이 바로 그들이다. 특히 이병철 회장의 막내 사위였던 정재은 부회장은 82년에 삼성전자 사장을 맡은지 2년 6개월만에 삼성전자, 삼성전자부품 2개사의 부회장으로 승진하는 등 당시 재계에 주목받는 샛별로 떠오르기도 했다. 당시 그는 모 경제주간지가 꼽은 ‘85년 최고의 경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미 콜롬비아 공과대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의 벡텔사에서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하던 그는 69년 삼성전자 설립과 때를 맞추어 삼성에 입사했다. 당시 정재은 회장은 ‘소비자는 왕이다. 소비자없는 기업은 없다’고 소비자 제일주의를 경영이념으로 표방, 경제계 안팎에 신선한 바람을 몰고왔다.

강진구 前 삼성전자 회장은 우리나라 전자업계의 산증인이자 샐러리맨의 우상으로 꼽히는 한국을 대표하는 전문경영인 가운데 한명이다.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73년 삼성전자 대표를 맡은 강 회장은 80년 삼성반도체 통신 사장을 역임한 후 88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을 맡았다. 그는 삼성전자 대표로 부임한지 23년만에 세계 초우량기업으로 키웠다.

삼성전자 강진구 회장

‘반도체업계의 대부’ 김광호 삼성전자 회장. 그는 84년 256KD램, 86년 7월에 세계 세번째로 1MD램을 개발해 세계를 놀라게 했고, 92년 10월 64MD램 개발을 진두지휘한 삼성이 자랑하는 대표적인 전문경영인이다. 반조체에 관한 그의 손을 거쳐가지 않은게 없을 정도로 탁월한 경영능력을 선보였던 김광호 회장은 64년 한양대 공대를 졸업하고 79년부터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문을 총괄하다 89년 반도체 부문 대표이사 부사장, 90년부터 반도체 부문 사장을 역임하면서 삼성전자를 세계적인 반도체 메이커 반열에 올려 놓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타이밍을 놓치면 전자산업은 실패한다’는 신념으로 ‘기술’과 ‘인화’를 기업경영의 철학으로 삼았던 김광호 회장은 앞으로도 영원한 ‘반도체 업계의 대부’로 기록될 것이다.

삼성전자 김광호 회장

80년대는 컴퓨터 국산화에 대한 의지도 안팎으로 높았다. 그 주역 가운데 한명은 미국 MDS 시스템의 조립생산에 착수했던 한국상역(한국컴퓨터)의 대표 홍국태 사장. 40년생인 홍국태 사장은 서울대 상대에 입한 한 후 인디애나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 박사과정을 마쳤다. 81년부터 한국상역의 대표이사가 된 홍국태 사장은 당시 컴퓨터 국산화는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추진해야 하는 국가적인 사업이라고 역설하고 다녔다.

  • 기업체 전산화 도입으로 ‘CIO’역할 주목

한편 80년대는 일반 기업에서도 컴퓨터 도입 붐이 본격적으로 제기된 시기였다. 당시 럭키그룹(현 LG)은 국내 기업체로서는 초창기에 전산기를 도입해 유용하게 사용중이었다. 당시 럭키그룹 전산화의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했던 이가 바로 김영태 전 LGEDS시스템(LGCNS) 사장이다. 34년 경남 하동출신인 김영태 사장은 서울대 영문과를 졸업한 후 62년 금성사에 입사한다. 68년 종합관리과장과 진단부장을 역임한 그는 럭키그룹의 전산화를 주도했다. 오늘날 주목받는 CIO의 역할을 당시 대기업 최초로 럭키그룹에서 수행했던 셈이다. 김영태 사장은 그후 미국의 EDS와 LG가 합작한 시스템통합회사인 STM(現 LGCNS)의 초대 대표이사직을 수행, 오늘날 SI산업의 토양을 마련하는데 큰 공헌을 했다. LG-EDS시스템은 이후 김범수 사장 체제로 이어갔는데, 김범수 사장 역시 호남정유에서 전산담당 임원을 역임한 전산 전문경영인이다.

STM(현 LGCNS) 대표를 역임한 김영태 사장

한편 당시 기업내 MIS는 결국 최고경영자의 의지가 관건이라고 역설하고 다닌 인물은 노중호 쌍용컴퓨터 전무. 美 국방성 컴퓨터 전문가와 미국 국방 경영대학원 시스템과학석사를 받은 노중호 사장은 74년 쌍용양회 상무를 거쳐 83년 쌍용컴퓨터 전무를 역임했다. 노중호 사장은 순수 전산인 출신으로 최고경영자 자리에 올랐다. 그는 쌍용그룹 경영정보실장을 역임하면서 76년 쌍용그룹에 국내 최초로 MIS를 도입, 82년에 그 완성을 보았다. 당시에는 어느 기업에서도 시도하지 않았던 것을 과감히 시도해 성공한 것이다. 이후 그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전력, 도로공사 등 여러기업들의 MIS설계를 맡고 이름을 알리게 된다. 노중호 사장은 후에 IT전문 컨설팅업체인 씨에치노컨설팅을 설립, 맥히트(Mcit)란 독특한 컨설팅 기법을 일본에 수출해 화제를 뿌리기도 했다.

  • 군인맥의 본격적인 등장

80년대는 5공정부가 들어서던 때였다. 당시 5공 정권에서는 많은 군인맥들이 IT업계로 진출했다. 군관련 IT 인맥은 국내 IT산업 발전에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일정부문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특히 대통령을 비롯, 주요 정부요직을 군출신들이 장악하던 시절에는 기업의 방패막이 역할로 군출신 모시기에 재계가 혈안이 돼 일반의 부정적인 시각을 낳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비판에도 불구하고 군출신 IT업계 최고경영자들은 군 특유의 리더십과 통찰력, 전문분야에 대한 불타는 학구열로 국내 IT산업 발전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게 대체적인 평가다. 군출신 IT업계 인맥으로는 오명 전 체신부장관, 이우재 전 체신부 장관, 구자학 전 LG반도체 회장, 김성진 전 한국전산원 원장, 홍성원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 사장, 서정욱 과학기술부 장관, 이철수 한국정보보호센터 원장 등이 대표적이다.

당시 육사를 졸업하고 뉴욕주립대에서 전자공학 박사학위를 박고 국방과학연구소 책임연구원으로 근무했던 오명 박사는 당시 국보위 상공자원 분과위원으로 정보산업계에 합류했다. 그는 80년 대통령 경제과학비서관을 거쳐 체신부장관, 대전 엑스포조직위원장, 건교부 장관을 역임했다.

한편 당시 청와대 과학기술담당 경제비서관을 역임한 홍성원 사장(전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 사장)도 군인맥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경제비서관 재직시 국가기간 전산망의 기초작업을 추진, 오늘날 행정전산망의 기초를 다지는데 공헌을 했다. 홍 사장은 논산출신으로 육사를 졸업하고 美 유타대에서 전기공학석사, 콜로라도대학에서 전자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홍 사장은 대통령 비서실 경제비서관과 한국과학기술원 자동화 및 설계공학교수를 거쳐 현대전자 위성사업단장을 역임했다.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 홍성원 사장

이준 前 한국통신 사장도 육사 19기 출신으로 21사단장, 1군사령관을 역임한 대표적인 야전사령관 출신 경영자다. 이밖에 군출신 경영자로는 한국증권전산 회장을 지낸 전 수방사령관 장태완 회장과 이용기 전 현대전자 회장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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