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콤퓨타 산업 100대 이야기(40)- ' 국내 최초 소프트웨어 무단복제 소송'

한국 콤퓨타 산업 100대 이야기(40)- ' 국내 최초 소프트웨어 무단복제 소송'

KRG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둘러싼 시비가 법정으로 비화돼 컴퓨터 업계를 비롯한 각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기 시작했다.

84년 8월 '일반업무와 회계실무'의 저자인 김명호가 스포트라이트 대리점인 연시스템시티 대표 이광희를 상대로 '컴퓨터 프로그램 무단복제 및 판매에 따른 손해액 1천만원을 보상하라'는 소송을 서울 민사 지방법원에 낸 것이다. 이는 국내 최초의 소프트웨어 무단복제에 대한 손해배상 청수 소송으로서 이후 사그라들줄 모르는 소프트웨어 보호 문제의 신호탄이 됐다.

이 사건은 6차례 공판을 거쳐 다음해 3월 결심공판을 가짐으로써 컴퓨터 소프트웨어 보호에 관한 첫 국내 판례가 나온다. 서울민사지법은 원고 김명호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결하고 '이론적이고 법률적인 문제 이전에 피고가 저작권을 침해한 증거가 없으며, 사실관계를 인정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세무회계용역 회사인 한양데이터센터가 컴퓨터 및 주변기기 판매업체인 연컴퓨터시티로부터 하드웨어를 구입하고, 동시에 회계프로그램 용역을 의뢰하면서 발단됐다. 연컴퓨터시티는 이 용역을 신원양행 전산과장에게 재의뢰하는데, 한양데이터센터측에서는 납품받은 프로그램이 '일반업무와 회계실무'라는 책에 수록돼 있는 프로그램과 흡사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같은 사실을 안 저자 김명호가 연컴퓨터시티를 상대로 무단복제에 따른 손해 배상청구 소송을 낸 것이다.

책에 쓰인 프로그램이 독창적인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있기는 했지만, 소프트웨어 시비에 대한 첫 판례는 당시 소프트웨어에 대한 인식상을 그대로 표출한 것이기도 했다. 아직 소프트웨어 보호법이 제정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일부에서는 판례로나마 개발권 보호를 받고자 기대했고, 또다른 일부에서는 소프트웨어 보호의 판례를 남겨두면 미국 등 기술 선진국과의 저작권 마찰시 꼬투리가 될 소지가 되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었다.

일각에서는 당시 판결을 신중론의 우세로 풀이하기도 했다. 미국을 비롯한 기술선진국에서 지적소유권을 보장하라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때였다는 시기적인 변수가 작용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이같은 결정은 컴퓨터 업계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와 함께 85년 들어서는 MSX 기종 무단복제 시비도 끊이질 않는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를 대신해서 국내 MSX를 비롯한 MS 제품의 라이센싱 업무를 수행하고 있던 큐닉스는 2개 중소기업에서 오락기용에 MSX 기종을 무단 복제해 생산, 공급하고 있다며 양사에 생산 및 판매중지를 요청했다. 이에대해 양사는 무단복제는 근거없는 이야기라며 공식 입장을 보이지 않았다. 큐닉스는 MSX 기종의 복제품은 하드웨어 규격과 소프트웨어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만약 이들 제품이 자체 개발인 경우에는 하드웨어의 I/O 어드레스 및 소프트웨어 구성이 같아질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 두가지 무단복제 시비는 형태만 다를뿐 결국 당시 우리 컴퓨터산업이 당면하고 있던 미묘한 입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공통적이었다. 하드웨어도 마찬가지지만 소프트웨어 보호문제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랬다. 소프트웨어 보호를 주장하는 측은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권리를 보호해 줌으로써 개발의욕을 북돋우고, 소프트웨어 개발을 더욱 활성화해 소프트웨어 시장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었다. 반대측에서는 소프트웨어 개발 보호권은 원칙상 인정하되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가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고 기술축적이 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소프트웨어 개발 보호법을 제정할 경우 미국·일본 등 기술선진국을 따라잡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입장차를 보였던 것이다.

80년대 중반 불거지기 시작한 무단복제 시비는 이후 수차례 의견 조율을 거치며 87년 소프트웨어 보호법과 프로그램 보호법 제정으로 이어지는 계기를 마련한다. 이들 사건은 소프트웨어가 정보통신 산업의 한 조류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필연적인 필요악 단계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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