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콤퓨타 산업 100대 이야기(29)- '1983년 '정보산업의 해' 선포'
1983년은 국내 컴퓨터산업 역사의 일대 전환기로 기록된 해였다. 정부는 83년 1월 28일 기술진흥확대회의에서 83년을 '정보산업의 해'로 정하고, 이의 실현을 위한 각종 시책을 전개해 나가겠다고 선포했다. 이는 단지 정부 차원에서 정보화 실현을 위해 각종 시책을 펼치고 수천억 예산을 투입하겠다는 것만이 아니었다. 아직은 정확한 실체를 파악하기 힘든 정보산업을 투자할 가치가 있는 산업분야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시사성을 갖는 것이었다.
정보산업 정책은 그간 과기처와 상공부, 체신부간에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일관성을 잃어갔다. 불신감만 더해주던 정보산업 정책이 정보산업의 해 선포를 계기로 가닥을 잡게 된 것은 바람직한 일이었다. 행정전산화 계획이 확정되는 것을 비롯해 청와대 정보산업육성위원회 설치 및 국가기간전산망이 구상되는 등 정보산업의 해가 선포된 83년, 현재 정보통신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정책 대부분이 출발되는등 굵직굵직한 프로젝트가 시작되기에 이르렀다.
한편 정보산업의 해를 선포한 기술진흥확대회의는 대통령을 중심으로 국무위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AIST), 전자기술연구소(KIET), 한국데이타통신(데이콤) 등 출연기관과 공사, 한국전자공업진흥회 등 단체, 기업, 대학, 연구소 등 각계 대표 27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됐다. 기술진흥확대회의는 5공화국 정부로 들어서며 기술 드라이브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70년대부터 지속돼온 무역진흥확대회의를 본떠 만든 정책 상설기구였다. 82년 11월 첫 회의 이후 분기별로 한번씩 열렸는데 주요 기능은 기술개발 제도 마련과 개선, 기술 성공사례 발표, 공로자에 대한 훈장과 포장을 통해 산학연 기술개발 의욕을 고취하는데 있었다.
1차 회의는 결과적으로는 정보산업의 해 선포가 핵심 내용이었다.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이 회의에서 정부는 이미 82년 첫회에서 한국데이타통신 이용태 사장이 건의했던 정보산업의 해 채택을 결의했던 것이다. 또 이정오 과학기술처 장관이 이를 위해 각종 시책을 전개하고, 향후 5년간 2,000억원 예산을 관련 기술개발에 투자하기로 하는 등 정책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정보산업의 해를 정보산업 육성 원년으로 삼는다는 기술진흥확대회의 결의에 따라 각 부처 관계자들은 육성방안을 마련해 대통령에 보고한다. 이것이 3월 14일 정식 발표된 '정보산업 육성방안'으로 정부가 체계적으로 정보산업 육성에 나서겠다는 것을 밝힌 최초의 문건으로서 의미를 갖고 있다. 동시에 오늘날 정보인프라를 갖추는 계기를 제공한 행정전산망, 금융전산망, 교육연구전산망, 국방망, 공안망 등 5대 국가기간전산망 계획 수립에 대한 직접적인 근거를 마련해 주기도 했다.
정부는 '정보산업은 세계적인 추세로 보아 육성이 시급하고, 우리의 저력으로 보아 발전가능성이 높다. 정보산업이라는 제3의 도약을 위한 돌파구를 마련할 목적'에서 정보산업 육성대책을 발표하고, 본격적인 토대를 쌓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정보산업 육성의 기본 방향은 국가 전산능력을 확대하고 활용을 극대화하며, 전산인력 개발을 위한 고급인력의 국책적 양성과 컴퓨터 원리를 쉽게 이해하고 생활에 응용할 수 있는 컴퓨터 마인드의 범국민적인 확산을 이룩해 나가는데 초점이 모아졌다.
한편 정보산업 육성방안의 문건 말미에는 전산망 조정위원회의 모태가 되는 정보산업육성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관해서도 언급돼 있다. 정보산업육성위원회는 정보산업 및 반도체 관련업무를 기관별로 분담하고, 협조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정부내 기구로서 대통령 비서실장이 맡는 위원장 산하에 과기처와 상공부, 체신부, 문교부, 총무처 등 5개 부처 차관과 비서실의 정무2, 경제, 교문수석 등 10여명이 포함돼 있다.
정보산업 및 반도체 관련 기본 계획을 수립하고 주요 정책에 대한 심의 조정 기능을 담당하는 정보산업육성위원회는 83년 5월 정식 발족한 이래 왕성한 활동을 벌이는 주체가 된다. '국가기간전산망 계획 관련 사항 보고', '국가기간전산망 구성과 운영에 대한 각계 의견 청취 보고서', '국가기간전산망 구성과 운영을 위한 제안' 등 국가기간전산망과 관련한 기초자료를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정보산업육성위원회는 이들 결과를 토대로 83년 12월 '국가기간전산망 계획(안)'을 내놓게 된다.
정보산업육성위원회는 정보산업 분야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직속으로 발족된 기구로서 대통령의 전자산업과 정보산업 육성에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기도 했다. 당초 이 위원회는 한시적으로만 활동할 예정이었다. 위원장 역시 청와대 과학기술비서관이 내정돼 있었을뿐 아니라 KAIST 전산개발센터 소장, 한국데이타통신 사장, 각 부처 국장급 인사들로 구성될 계획이었다. 그러나 위원장과 위원회 임원진을 격상시키라는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더욱 강력한 힘을 얻게 된 것으로 알려진다. 이후 정보산업육성위원회는 84년 4월 기술진흥심의회가 발족되면서 기술개발 정책 업무를 이관하고 행정조정지원 업무만 수행하다가 8월 국가기간전산망 조정위원회로 개편된다.
<사진설명: 1983년 5월에 정부는 신경제 5년 정보산업육성 계획을 발표>